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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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재개발 구역 내 빌라·단독주택을 매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에선 비싼 재건축 추진 단지를 매수하는 것보다 재개발 구역 내 주택을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게 이득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최근 웃돈이 상승하는 지역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변할 수 있는 재개발 사업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7억원 넘보는 ‘북아현’ 프리미엄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2·3구역 내에서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주택 매매가 잇따르고 있다. 비교적 사업 속도가 빠른 북아현 2구역은 프리미엄이 7억원 넘게 붙은 매물이 거래되고 있고, 3구역 역시 최근 거래된 매물의 평균 웃돈이 5억원을 넘어선다.

이달 거래된 2구역 내 단독주택의 평가 금액은 1억5400만원이지만 매매가는 7억7400만원에 달했다. 프리미엄만 6억500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해당 매물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전용면적 84㎡를 받을 수 있다. 같은 구역 내에서 전용 114㎡ 아파트를 가배정받은 빌라는 프리미엄이 평가 금액의 3배에 달하는 6억8000만원임에도 거래가 성사됐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가격이 더 올라 7억원을 웃도는 매물도 나오고 있다.

인근 3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달 초 거래된 한 단독주택은 감정가가 1억8200만원으로 책정됐다. 프리미엄은 5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7억원 안팎의 투자금으로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노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북아현동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무허가 주택이라도 새 아파트만 받을 수 있다면 프리미엄이 6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 간 갈등 탓에 지연 우려가 커지는데 오히려 매매는 더 활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아현 2구역은 ‘1+1 분양’(조합원이 주택 두 채 분양받는 것)을 두고 내홍을 겪으며 사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3구역은 조합 내부 갈등으로 최근 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총회가 예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자 사이에선 오히려 가격이 다소 낮아진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거여마천·노량진·한남 등 투자 관심

북아현뿐만 아니라 서울 내 주요 재개발 현장에선 최근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 가격이 많이 오른 재건축 단지 매물보단 비교적 저렴한 실투자금으로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에서는 후발주자인 1·3·7구역 등이 투자 대상지로 꼽힌다. 최근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은 7구역은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소식에 최근 전용면적 84㎡ 배정 매물의 평균 프리미엄이 6억원을 넘어섰다. 한강과 가까운 1구역과 3구역 역시 건설사가 정해지며 매물 프리미엄이 5억원을 웃돌고 있다.

강남3구 내 유일한 뉴타운인 송파구 거여·마천도 최근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노후 빌라와 단독 등 주택은 대지지분 기준 3.3㎡당 3000만원대까지 거래 금액이 올랐다. 거여·마천 재개발 구역 중에선 마천1·3구역 등에서 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지지분 35㎡짜리 빌라가 프리미엄이 붙어 7억원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4구역 등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왔던 것과는 대조된다.

강북지역 대표 재개발 구역인 한남뉴타운은 비교적 거래가 적은 편이다. 3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인 탓에 조합원 지위가 승계되는 매물이 적고, 대부분 매물 가격이 30억원 이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4, 5구역 내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전용 101㎡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의 가격이 30억원을 넘어선다”며 “그나마도 최근 사업 진행이 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개발 지역 매매 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먼저 사업성 평가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치솟은 공사비와 사업성을 비교해 추가 투자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 지연에 따른 리스크도 투자 전에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