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고 별 수 있나요"…청약 미달 사태에 난리 났다
“투자자가 여러 채를 매입해 월세로 놓는 소형 오피스텔 문의가 뚝 끊겼습니다. 준공 때까지 미분양으로 남으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사업이 좌초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A오피스텔 분양 관계자)

정부가 올해 초 오피스텔 등 소형 비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1·10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서울 주요 지역 역세권 오피스텔마저 대거 청약 미달사태를 빚기 일쑤다. 거래 시장 침체 속에 오피스텔 공급도 급감하고 있다. 1~2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소형 오피스텔 공급이 줄어 주거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 수 산정 배제 등 오피스텔 수요를 활성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닥 모르는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진행된 오피스텔 청약 17건, 총 2004실에 대한 입주자 모집에 9746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은 4.9 대 1을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청약 시장이 위축됐던 2022년(5.3 대 1)과 지난해(6.7 대 1) 연간 평균 경쟁률보다도 낮다.

서울 분양 단지마저 청약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달 17~19일 청약을 실시한 강서구 화곡동 ‘한울에이치밸리움 더하이클래스’ 오피스텔은 117실에 대한 입주자 모집에 나섰지만 13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평균 경쟁률은 0.11 대 1이다. 지난 3월 청약에 나섰던 구로구 가리봉동 ‘가산 G밸리 라티포레스트’(3.3 대 1), 금천구 시흥동 ‘서울 우남 w컨템포287 오피스텔’(2.7 대 1) 등도 한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부천시 소사본동 ‘현대 프라힐스 소사역 더프라임’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9차례 청약을 진행했다.

오피스텔 가격이 최근 2년간 약세를 보이면서 소형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오피스텔 매매가격 지수는 2022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22개월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피스텔 거래 건수는 올해 들어 월 4000~5000건에 머무르고 있다. 오피스텔 거래가 활발했던 2021년(월 1만~1만5000건)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업계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정부가 지난 1월 소형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정책 대상이 일부 오피스텔에 국한되면서 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당시 올해와 내년 짓거나 등록임대를 마친 전용 60㎡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을 구입하면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 산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오피스텔 면적과 기간을 한정한 까닭에 투자자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수도권은 6억원 이하 가격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기존 시장의 침체로 신규 공급도 가파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을 계획 중인 전국 오피스텔은 6907실로 집계됐다. 지난해 공급량(1만6344실)의 42.3%에 불과하다. 공급 위축으로 1~2인 가구 등의 주거 불안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오피스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개발협회는 지난 16일 오피스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전면 제외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또 지방 오피스텔은 공공주택 건설 예산을 활용해 매입한 뒤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원룸 등 소형 오피스텔과 아파트 역할을 하는 중대형 오피스텔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주택 수에 포함해 시장을 왜곡시켰다”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오피스텔에 대한 주택 수 배제 등 다주택자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