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본회의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본회의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한 건 결국 당내 강성 친명(친이재명)계의 압박에 밀린 결과라는 평가다. 전날까지만 해도 김 의장이 해당 안건과 관련해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본회의 상정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친명계가 아예 국회의장을 맡을 전망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독주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 이후 강경 목소리가 높아진 민주당은 본회의 안건을 두고 김 의장을 연일 압박해 왔다. 윤영덕 민형배 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이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거부할 경우 국회법 위반 사안이며,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의장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며 김 의장을 압박했다. 이들은 4일부터 예정된 김 의장의 해외 순방을 거론하며 출국을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필사적으로 의장의 해외 순방을 저지하고 본회의를 개최해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관철할 것임을 밝힌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의장을 겨냥해 원색적인 욕설을 하기도 했다. 박지원 당선인은 지난 1일 한 방송에서 김 의장을 두고 “진짜 개××들”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팬덤도 김 의장 비판에 가세했다. ‘잼잼자원봉사단’은 김 의장을 겨냥해 “검찰 독재정권과 결탁한 기득권들의 입맛에 맞게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팬카페와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도 ‘국민의힘보다 김진표를 저주한다’ ‘김진표 재입당 반대’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 의장은 그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 대해 끝까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본회의 상정을 가능한 한 미뤘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의 분위기에 밀려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에게 이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유력 국회의장 후보들은 연일 선명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추미애 당선인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고 했고, 조정식 의원도 “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호 우원식 의원도 최근 “의장직에 중립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