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먹는 비만약 임상 1상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디앤디파마텍의 이슬기 대표는 1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일라이릴리 ‘젭바운드’ 등과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약을 먹는 형태로 개발해 세계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디앤디파마텍 "먹는 비만약, 올해 美 임상"

○먹는 비만약 2종 개발 중

먹는 비만약은 디앤디파마텍의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DD02S’는 올해, ‘DD03’은 내년 미국 임상 1상에 들어간다. GLP-1 계열 비만약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3조원에서 2028년 181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위고비, 젭바운드 등 지금까지 개발된 비만약은 모두 1주일에 한 번 환자가 직접 자신의 몸에 투여해야 하는 주사제 형태다.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앞다퉈 먹는 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비만약으로 허가된 제품은 없다.

디앤디파마텍은 자체 기술로 흡수율을 경쟁 약 대비 10배 이상 높였다. 흡수율이 높을수록 약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 대표는 “일반 먹는 약은 흡수율이 낮아 주사제 대비 100배 많은 양을 투여해야 동등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조3000억원 기술수출 성과

먹는 비만 치료제는 지난해 4월 미국 멧세라에 최대 55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멧세라는 구글벤처스(GV), 소프트뱅크 등이 약 5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GLP-1 전문 기업이다. 이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을 때까지 개발은 디앤디파마텍이 담당하는 대신 연구지원금을 받는다”고 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해 50억원의 연구지원금을 받았다.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D01’은 지난해 미국 임상 1상을 마쳤다. 4주 만에 지방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임상 2상을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지금까지 총 4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1조3000억원 규모다. 300건 이상의 신약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MASH 치료제를 빠르게 상업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수’ 만에 코스닥 입성

디앤디파마텍은 기업공개(IPO) ‘삼수생’이다. 2020년과 2021년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2014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부교수였던 이 대표가 설립한 뒤 약 219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파킨슨병이라는 대상 질환이 발목을 잡았다. 홍성훈 디앤디파마텍 부사장은 “객관화된 지표가 없는 퇴행성 뇌질환이어서 임상 유효성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전략을 바꿔 후순위였던 먹는 비만 치료제와 MASH 파이프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대표는 “두 질환은 객관화된 지표가 있어 임상 유효성을 비교적 쉽게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일반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 금액은 242억~286억원이다. 다음달 2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