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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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문의를 하겠다며 찾아온 고객이 가방에 한가득 담은 현금 뭉치를 직접 보여줬습니다. 동네 특성상 현금 거래가 특이한 건 아닌데, 진짜 현금을 들고 온 건 처음 봤습니다.”(서초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 연일 신고가 경신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매수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3개월 새 신고가 거래만 24건 이뤄지는 등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 전용 135㎡는 최근 4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높은 가격 때문에 거래가 없던 타입으로, 같은 크기 매물은 현재 평균 호가가 46억5000만원에 달한다.

단지는 최근 크기별로 신고가 거래가 4건이 쏟아졌다. 지난달 전용 59㎡는 2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전용 84㎡(112C)는 27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서초동 내 다른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전용 111㎡는 최근 31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2021년 직전 신고가(31억원)를 넘어섰다. 아크로비스타 전용 138㎡도 최근 26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9월 직전 신고가(26억5000만원)를 경신했다.

서초동은 최근 3개월 새 신고가 거래가 24건 접수됐는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내 주요 상급지 중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역삼동은 신고가 거래가 14건, 삼성동은 13건 신고됐다.

현장에선 가격이 비싼 대형 단지뿐만 아니라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 거래도 활발해졌다고 설명한다. 서초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좀처럼 거래가 없던 3~4억원 사이 소형 오피스텔이 최근 다수 거래되고 있다”며 “10억원 안팎의 소형 단지도 거래가 이뤄지면서 신고가 기록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남권 거래 활성화를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부 상급지에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서울 전체를 봤을 땐 가격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상위 20%의 평균 매매가격은 24억6383만원에 달했다. 반면 하위 20%는 4억9690만원에 그쳤다. 두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4.95로,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