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부동산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와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윤석열 정부에서 중점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 대부분은 법 개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공통으로 공약한 철도 지하화는 총선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은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부동산 시세 반영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로드맵)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을 법제화했다. 당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으로 인해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며 국민의 세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과세 기준 등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2년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고 지난달 19일에는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였던 ‘부동산 공시가격 로드맵’을 전면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공시가격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는 고가 주택 감세안”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야 하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난항이 예상된다. 야권 일각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로 집값이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법 개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가 지난해 말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에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하면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여야가 공통으로 내건 철도 지하화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주당은 10대 공약 중 가장 첫 번째로 ‘예외 없는 철도 지하화’를 포함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