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와 저리 대출 50억달러 등 116억달러를 지원한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보조금이 당초 예상됐던 50억달러에서 30% 이상 늘었고, 저리 대출 지원도 추가됐다. 이는 TSMC가 미국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데 따른 대가의 성격이 강하다. TSMC는 애초 4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 250억달러를 더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애리조나주에 짓는 공장도 2개에서 3개로 늘린다. 앞서 미국 인텔은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미국 정부는 보조금 85억달러를 포함해 19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기존 170억달러인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 빅3가 이처럼 미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서다. 챗GPT로 시작된 AI 시대에선 데이터를 모으고 처리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아마존이 15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1000억달러를 투자해 짓기로 한 데이터센터엔 초대형 슈퍼컴퓨터가 필수이며, 이 컴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이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강자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AI칩 부문에선 추격자다. TSMC가 미국 공장을 증강하기로 한 것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추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으로선 자칫 공장만 지어놓고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업체는 삼성전자를 부품과 세트 부문의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고 있어 반도체 주문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관건은 고객사들이 원하는 수준의 고품질과 고수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반도체 경쟁은 국가총력전”이라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지만 기업 본연의 경쟁력 확보는 어디까지나 삼성의 몫이다. 파운드리발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삼성은 물론 한국 산업 전체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