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 1분기에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주력인 가전 판매가 늘어난 데다 경기를 덜 타는 기업 간 거래(B2B)와 구독 서비스, 플랫폼 사업의 매출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 수주 잔액이 100조원에 육박하고, 중저가 가전 판매도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영업이익이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LG전자는 5일 “올 1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21조959억원, 영업이익 1조33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11% 감소했지만, 2020년 1분기 이후 5년 연속 1조원을 웃돌았다.소비 침체 등을 감안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구독 등 새로운 사업 방식을 도입하고, 추가 성장 기회가 큰 B2B 사업을 확대한 게 불황을 돌파한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요 양극화에 대응해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시장 공략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업별로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매출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 출시한 의류관리기 ‘올 뉴 스타일러’,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등 프리미엄 신제품이 큰 관심을 받은 덕분이다. 냉난방 공조시스템(HVAC), 빌트인 가전, 부품 솔루션 등 신사업도 선전했다.전장 사업에선 지난해 말 90조원을 돌파한 수주 잔액이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주력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납품이 늘고 있고 자회사 ZKW의 조명 판매 실적,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수주도 증가세를 보인다.TV 사업은 인공지능(AI)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 운영체제(OS)인 ‘웹OS’ 기반 콘텐츠·서비스 사업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TV 판매 부진을 세계 수억 대 LG TV를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웹OS 중심의 플랫폼·서비스 이익이 만회해준 것이다.LG전자는 가전 등 주력 사업에 AI 기능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전장 등 B2B와 웹OS 같은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이어갈 계획이다. 전장에선 올 상반기 ‘수주 잔액 1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웹OS 사업은 올해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핵심 사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정했다.가전에선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관리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구독 사업을 확대한다.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는 로봇, 전기차 충전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맞벌이 가정 같은 2인 가구 고객들이 많이 사갑니다. 기존에는 공간 문제 때문에 타워 형태 세탁건조기를 설치하지 못했던 고객들도 일체형 제품은 많이들 찾고 있어요."삼성전자·LG전자와 가전양판업체 매장 관계자들은 일체형(올인원) 세탁건조기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세탁물을 옮길 필요 없이 한꺼번에 세탁과 건조까지 가능한 신(新)가전이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비슷한 제품 진열했던 LG베스트샵, 5일 실물 전시일체형 세탁건조기는 LG전자가 먼저 고가 모델(시그니처)을 선보였고 뒤이어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AI 콤보를 내놔 맞불을 놨다. 이후 LG전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추가 출시했다.중요한 건 실제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타이밍. 현재까지의 판매량과도 직결된다. 삼성전자 제품은 비교적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전국 어디든 2~3일 안에 배송된다고 삼성 매장 관계자는 설명했다.지난 3~4일 삼성스토어와 LG베스트샵 서울시내 주요 매장 7곳을 둘러본 결과,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는 전국적으로 매주 1000대 이상씩 팔려나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삼성 매장에서는 "전체 세탁건조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일체형"이라고 귀띔했다.LG 워시콤보 모델은 오는 7일까지 사전 판매 기간인 만큼 실제 배송엔 시간이 걸린다. 배송은 이달 8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서울 시내 LG 매장들에 문의한 결과 지난 3~4일 주문을 했다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받아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특히 워시콤보 모델은 아직 매장에 진열되지도 않은 상태로, LG베스트샵에선 지난 4일까지 워시콤보 모델을 찾는 고객들에게 생김새와 디자인이 유사한 기존 제품으로 안내를 대신했다. 그럼에도 지난 4일까지 사전판매 기간 LG베스트샵을 통해 팔린 물량만 1300대가량으로 추산된다. 워시콤보는 5일 전국 매장에 실물이 진열된다.실제로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가전 수요 고객들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가전양판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사와 혼수 고객 중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 '이사·혼수 고객' 많이 찾아양사 매장 관계자들은 제품 차이로 세제투입구 위치를 언급했다. 삼성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제투입구가 기기 하단에 있다. 삼성 매장 관계자들은 무거운 세제통을 들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LG 워시콤보 모델은 세제투입구가 위쪽에 있다. LG 매장 관계자들은 "(삼성 제품처럼) 허리나 무릎을 굽히지 않고 편하게 세제를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건조 방식과 관련해서는 서로 경쟁사 제품보다 옷감 손상이 덜하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한 LG 매장 관계자는 자사 모델이 삼성 제품보다 양옆이 넓은 대신 앞뒤 폭이 짧아 세탁물을 넣고 빼기 쉽다고 소개하기도 했다.'꿈의 가전'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호응이 크지만 비싼 가격은 걸림돌. 서울에 거주하는 한 30대 맞벌이 직장인은 "꿈의 가전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오기도 했고 실제로 사용하면 편할 것 같아서 구매를 고민했지만 가격을 보고 빠르게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때문에 매장에선 캐시백, 제휴카드·멤버십 할인 등을 최대한 활용해 체감가를 300만~400만원대까지 낮추고 있다. 백화점 내 매장에서 구매할 경우엔 상품권 혜택에 따라 체감가가 10만원 이상 차이 난다. 견조한 판매량에도 "기존 모델 수요 늘 수도"롯데하이마트가 지난 한 달 동안 판매한 전체 세탁건조기 중 일체형이 차지한 비중은 15%로 집계됐다. 전자랜드의 경우 지난 3일 기준 전체 세탁건조기의 월평균 판매량 가운데 11%를 일체형이 차지했다. 기존 세탁건조기 수요를 넘어설 만큼 판매가 늘진 않았지만 일정한 판매량을 확보해 나가면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기존 세탁건조기 모델들이 더 많이 팔리고 있고 신규 제품이 나오면 기존 모델을 할인 판매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요도 있을 것"이라며 "2~3개월 기준으로 보면 기존 모델들과 판매량이 비슷해졌다거나 이를 뛰어넘었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직은 한 번에 뛰어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창사 이래 최대 1분기 매출을 기록한 LG전자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5일 오후 1시25분 현재 LG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200원(2.23%) 오른 9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장중 한때 3.5% 상승해 9만70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LG전자는 이날 장중 실적 발표를 통해 올 1분기 매출액이 21조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고 발표했다.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1조3329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전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임에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수치다.LG전자가 가전 부문에서 볼륨존(중저가) 라인업의 제품과 가격 범위를 확대하는 시장 전략을 폈던 것이 주효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또 추가 성장 기회가 큰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확대하고, 구독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한 점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업계는 LG전자의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부문에선 그간 확보한 수주잔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을 기록한 수주잔고는 올 상반기 중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한편 LG전자는 이달 말 예정된 실적 설명회에서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과 각 사업본부별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