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때까지 '썩파트' 살라고요?"…요즘 2030 몸테크 안한다
"집이 낡아 하루는 거실 천장이 떨어지더라고요. 임신한 와이프가 서럽게 우는데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서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죠."

서울 마포구의 한 재건축 단지를 매입한 30대 회사원 A씨는 "이사 첫날 후회할 정도로 집 상태가 엉망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빨리 집을 옮겨야 한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최근 준공 10년가량 된 단지에서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그는 "재건축될 때까지 참아볼 생각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집인데 골칫덩이가 됐다"고 토로했다.

종잣돈 부족한 2030 '몸테크' 선호했지만

20·30세대의 '몸테크' 열풍이 한풀 꺾이고 있다. '몸테크'란 말 그대로 몸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30년 이상의 노후 아파트나 재개발 예정 주택을 매입해 직접 살면서 재개발 또는 재건축을 통해 얻는 부동산 시세 차익을 가지는 재테크 방식이다. 낡은 집에 사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몸테크'는 젊은 층이 주로 선호하는 재테크 방식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종잣돈이 부족한 20·30세대는 신축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재건축 아파트에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원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상계주공5단지 전용 37㎡의 최근 실거래가는 4억6000만원이다. 같은 지역의 포레나노원(2020년 준공) 전용 59㎡는 7억~9억원대, 전용 84㎡ 10억~12억원대 매매가보다 투자 접근성이 좋다. 20·30세대는 청약가점이 낮아 좋은 입지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기도 어렵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뚫을 수 없으니 미리 입주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몸테크'를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
젊은 층의 재테크 수단인 '몸테크'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한경DB
젊은 층의 재테크 수단인 '몸테크'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한경DB
상대적으로 '몸테크'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재건축·재개발의 사업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사업절차가 복잡하고 각종 규제가 얽혀 있어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터져 나오곤 한다. 국토교통부의 '재건축·재개발 현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작년 8월까지 정비사업이 완료돼 조합이 해산된 30개 구역은 정비구역지정일부터 조합해산일까지 평균 사업 기간이 14년2개월인 것으로 집계됐다.

'몸테크'하느니 새집이 좋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과 함께 재건축 분담금이 증가하면서 '몸테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상계주공5단지의 분담금이 매매가(4억6000만원)보다 높은 5억원으로 책정되면서 '차라리 신축 아파트를 사겠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도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3년 전보다 43% 올랐다.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 분담금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재건축 단지 전경. /한경DB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 분담금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재건축 단지 전경. /한경DB
가성비 좋은 준신축 아파트를 찾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20년 초과 아파트가 93.3으로 가장 낮았다.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은 건 10년 초과~15년 이하인 아파트가 96.5를 나타냈다. 이어 5년 초과~10년 이하의 매매가격지수가 95.1을 나타냈다.

신축 아파트는 대형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 등에서 기존 아파트와 차별화하면서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재개발 빌라에서 몸테크 10년 만에 흑석동의 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간 주부 B씨는 "안전요원, 커뮤니티 시설 직원들의 응대를 받으니 매일 호텔에서 지내는 것 같다"며 "이럴 줄 좋은 줄 알았으면 몸테크는 포기하고 처음부터 신축 아파트에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