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 "미국 첫 입장 의미, 다양한 움직임 기대"
4·3기념사업위원회 "외교적 수사 아닌 책임 밝혀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EAP)이 제주4·3과 관련해 '참혹한 비극'이라고 언급해 관심이 쏠린다.

미 국무부동아시아태평양국 "1948년 제주사건은 참혹한 비극"
오영훈 제주지사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3과 관련해 '참혹한 사건'이라는 미국 입장이 처음 나왔다"며 "좀 더 다양하게 민간 차원에서 미군정의 책임과 미국의 사과 방식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이어 "학계나 민간 단체에서 이와 관련 움직임이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메시지나 운동이 있었으면 한다"며 "그런 부분이 진행된 이후 지방정부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갖는 게 적절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앞서 3일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이메일 질의에 대해 미 국무부가 "1948년 제주사건은 참혹한 사건(terrible tragedy)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인명 손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답신했다고 보도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 "언론을 통해서지만 미국 정부의 제주4·3에 대한 사실상 대외적인 첫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미 국무부의 화법은 여전히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며 "정작 비극의 원인과 엄청난 인명 손실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미 국무부가 '1948년의 제주사건'으로 명명한 것도 책임 회피 소지가 크다"며 "미국은 제주4·3에 대해 외교적 수사나 주어가 없는 답변이 아니라 미군정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스스로 밝히고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진상규명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와 제주4·3특별법에 따르면 제주4·3은 1947년 3월을 기점으로 발발했으며 이 시기 미군정 기구인 제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이 한반도 38선 이남을 관할했다.

4·3 진행 시기인 1948년 5월 미군정은 미군 제6사단 제20연대장인 브라운 대령을 제주지구 미군 사령관으로 파견해 4·3 관련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

지난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의회는 "4·3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담은 역사로 완전하게 정립되기 위해서는 발발과 진압 과정 등 모든 과정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야 함이 당연하다"며 국제적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 등이 나서줄 것으로 촉구했다.

또 2022년 12월8일 미국 워싱턴 윌슨센터에서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제주4·3 인권 심포지엄'을 열어 미국의 여론을 환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