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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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헌학자로 알려진 김시덕 작가는 부동산을 ‘면’이 아닌 ‘선’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지역을 평가할 때 지명이나 행정구역이 아닌 교통망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에선 과거 ‘사대문’의 기능을 흡수한 용산 지역과 인프라가 집중된 강남 지역이 향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작가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한경 머니로드쇼’에서 ‘한국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며 “같은 서울이라도 고속철도와 도로 교통망에 따라 입지가 다르다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역시 교통망에 따른 입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의 교통 계획에 대해선 변동 가능성이 크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 작가는 역사적으로 서울의 주요 권역을 ‘사대문권’과 ‘영등포권’, ‘강남권’으로 분류했다. 그는 “이제는 기능 이동으로 용산과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정 중심 기능이 용산으로 이동하고, 고속철도(KTX) 영향으로 영등포 지역의 기능이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강남권 발전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적인 이유로 지난 정부들이 강남권 개발에 나섰는데,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강남의 입지 강점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지방의 경우 중부권에서 세종을 중심으로 한 오송과 오창, 청주, 조치원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충북선 철도가 이어지며 연결된 충북 지역은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개발 여력이 있는 곳”이라며 “향후 인구 증가와 함께 기업과 개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에 대해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신냉전 등 정치적 이유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각종 방산업체 등이 밀집한 동남권을 중심으로 발전이 가속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금도 방산과 우주산업을 중심으로 발전 속도가 빠른 권역”이라며 “부산 울산 등 개별적인 도시의 일시적 상황을 보기보다는 동남권 전체를 살펴보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자를 위한 전략에 대해선 “앞으로 변화가 가장 큰 곳이 어딘지를 직접 살펴보고 경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큰 변화가 올 곳에 큰돈이 있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대규모 신축이 이뤄지는 곳이 역사적으로 가치가 상승해 앞으로 투자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