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넓고 먹이 풍부…"지자체별 서식환경 보호 협력해야"
돌아온 천연기념물 두루미…인천·김포 일대 개체 증가세
대규모 간척사업 여파로 인천 일대에서 자취를 감추던 천연기념물 두루미의 개체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2일 인천두루미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인천 강화도와 김포 등지에서 5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루미 50∼60여마리가 잇따라 관찰됐다.

특히 지난달 12일에는 두루미 성조 53마리와 유조 10마리 등 63마리가 월동 중인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 최대 관찰 기록과 동수를 이뤘다.

당시 시민·환경단체 조사원 19명은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담당 구역을 나눠 쌍안경과 망원경으로 시야에 들어온 두루미 수와 위치 등을 지도에 표시했다.

이어 집결지로 이동해 조사 내용을 공유하며 관찰 개체가 겹치지 않았는지 종합적으로 비교한 뒤 두루미 개체 수를 최종 집계했다.

해당 조사 방식으로 집계된 두루미 최대 개체 수는 2020년 33마리, 2021년 39마리, 2022년 58마리, 2023년 63마리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조류 전문가들은 강화군 동검도 일대 갯벌은 영역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넓고 칠게 등 동물성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어 두루미 서식지로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김포시 관할 무인도인 소항산도에서 두루미 50여마리의 휴식과 수면이 이뤄지는 모습도 확인되기도 했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 관계자는 "두루미들은 만조에 소항산도에서 머물다가 강화도와 영종도 일대 갯벌로 이동해 먹이활동에 나선다"며 "서식 환경 보호를 위해 지자체별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돌아온 천연기념물 두루미…인천·김포 일대 개체 증가세
인천은 과거 서구 연희·경서동 일대 갯벌에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수백마리씩 날아와 1977년 서식지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적이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수도권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 등지의 대규모 간척사업에 따라 갯벌이 사라지며 천연기념물 도래지에서 제외됐다.

이후 인천에서 모습을 감춘 두루미는 1990년대 강화도 일대에서 1∼3마리씩 다시 관찰되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인천 시민·환경단체들은 개별 조사 활동을 하다가 2022년 1월 인천두루미네트워크를 결성해 두루미 보전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학으로도 불리는 두루미는 인천을 상징하는 새인 '시조'(市鳥)이기도 하다.

두루미의 도래지인 인천에는 문학동·송학동·청학동·선학동·학익동 등 학을 사용한 지명도 흔히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