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본질
이렇게 주가 띄우기에 열일 하는 정부가 있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 국정 목표의 1순위가 ‘주가 부양’인 듯싶다. 대통령이 새해 첫 행보로 증시 개장식 참석을 택한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여기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밝히더니 지난 17일에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고소득자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을 허용하고, 기업들에는 주가 부양 대책을 의무적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지난해 말엔 공매도를 금지하고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도 높였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규제를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수급으로 지수 올리겠다는 발상

이쯤 되면 새해 코스피지수가 호응해서 달릴 만도 하다. 그런데 공교롭게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 중국·대만 등 중화권 증시만 빼면 세계 주요국 중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장기적으론 다를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정책으로 해소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면 이미 십수 년 전 사라져야 했다. 수급을 조절해 증시를 올리겠다는 접근법부터 말이 안 된다. 국민연금만 봐도 답이 나온다. 10년 전 국민연금은 500조원이 채 안 됐다. 지금은 1000조원이 넘는다. 10년 전 100조원이던 퇴직연금은 300조원이 됐고, 생명보험사들의 자산도 100조원 넘게 늘었다. 10년 전 470만 명 남짓이던 개인투자자는 최근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데도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고작 25%다. 미국과 일본 등의 증시가 2배 이상 치솟는 동안 말이다. 이런 상황에 부자들에게 연 4000만원짜리 ISA에 가입하라고 허용해주고, 공매도를 금지하고, 기업이 부양 대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오를까.

과거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접근법은 번번이 틀렸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갈등을 해소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문제라면 대만의 시가총액이 최근 한국의 시총을 추월한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애초에 한국 증시만 구박받는다는 피해의식 자체가 잘못됐다. 지난해 실적 추정치 기준 우리나라 상위 50개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6배로 일본의 26배보다 높다.

돈이 아니고 기업을 키워야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걸림돌을 찾으려면 시총 상위 기업을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과 일본은 10년 전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에 현재 3곳씩만 남아있다. 그렇다고 10년 전 상위 기업들이 쪼그라든 게 아니다. 밑에 있던 기업들이 더 빠르게 기존 기업들을 추월한 것이다. 중국도 10곳 중 6곳이 바뀌었다. 우리는 7곳이 10년 전과 그대로다.

지수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은 ‘투자할 만한 기업을 만들고 키우는 것’이다. 삼성전자만 한 회사들이 서너 개 더 생기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런 기업이 없다. 그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이다. 우리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지금도, 10년 전에도 1위고 나머지 기업들은 범접조차 못 하는 형편이다. 미국은 상위 10위 기업 모두가 10년 전 1위 기업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그중엔 아마존과 일라이릴리도 포함됐다. 우리에겐 불가능한 얘기다. 바이오·제약 분야는 여전히 촘촘한 규제에 얽혀있고, 플랫폼 분야에서는 있는 규제도 모자라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