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상우호(號)' 국토부에 거는 기대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 국토교통부 사무관 주무관 등 실무 직원 80여 명이 모였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함께 ‘내게 맞는 주택 공급’을 위한 추진 전략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였다. 10일 발표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1·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도 점검했다. 실·국장 중심으로 현안을 챙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는 다른 행보여서 이목을 끌었다.

1·10 부동산 대책에는 업계의 숙원인 소형 빌라와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매길 때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오피스텔 문제를 건설산업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해결해가려는 정부의 의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왔다. 2년가량 꿈쩍하지 않던 정부가 이번에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박상우호(號)’ 국토부의 달라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통의 산물인 '1·10 부동산 대책'

오피스텔만이 아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하지 않고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 구조 안전성, 설비 노후도 같은 틀에 박힌 안전진단 잣대도 주차 문제, 층간소음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내용 중심으로 바뀔 예정이다. 불가침 성역처럼 여겨졌던 재건축·재개발의 패러다임을 허문 정책이란 평가가 많다. 박 장관은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이 규제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원 대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전세 사기 유탄을 맞은 빌라(다세대·연립주택)와 도시형생활주택도 은퇴자 등이 임대수익을 받기 위한 투자 상품이란 점에서 향후 2년 동안 주택 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한시 적용하는 것은 혹시 모를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다.

6년짜리 등록임대를 새롭게 도입하는 것도 소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한 묘안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인구 감소 등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10년으로 정해진 등록임대 의무 기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향후 2년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처음 구입할 경우 해당 주택을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것도 절묘하다는 평가다. 곳곳에 고민의 흔적이 읽힌다. 국토부가 현장과 소통한 결과다.

PF 해법도 현장에 답

우여곡절 끝에 12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가 확정됐다. 금융채권자협의회 동의율이 96.1%에 달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와 청약 미달, 가격 하락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전국 3500여 개 PF 사업장은 고금리 여파로 금융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부실이 악화하고 있다. 향후 공급될 주택의 30~40%는 ‘PF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국토부가 더 적극적으로 PF 문제 해결과 건설경기 활성화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건설업 기반이 와해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주문이다. 박 장관도 실무진 간담회에서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정책이 되도록 실효성을 지속 점검하고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현장을 강조하는 박 장관이 덜컹거리는 건설업의 연착륙을 이끌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