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갈등을 원하는 자 누구인가
이틀 만에 일단 봉합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은 ‘약속대련’이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누가 이기고 지든 결과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패배하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고, 한 위원장이 지면 총선 필패가 자명하다. 그래서 여의도 문법에 익숙지 않은 두 정치 신인의 미숙함, 아직 버리지 못한 특수통 검사 기질이 여과 없는 갈등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보다 설득력 있다. 어쨌든 갈등을 수습한 건 잘한 일이다. ‘분열은 공멸’이라는 목소리를 두 사람 모두 의식했을 것이다.

尹·韓 갈등으로 알게 된 것

이번 사태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정면으로 언급해온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지난 17일 한 위원장이 깜짝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20일까지 수면 아래서 4일, 21일 이후엔 수면 위에서 3일 등 총 7일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갈등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부가 아니다. 갈등을 원하고 부추기는 자가 누구인지도 드러났다. 정권의 운명과 나라의 미래가 달린 4·10 총선 결과보다 자신의 안위와 공천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인터넷 매체 기사를 당 소속 의원 단체 채팅방에 올린 친윤계 의원이 대표적이다. 해당 의원의 단독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어쨌든 예전 같았으면 힘을 합쳐 연판장을 돌렸을 다른 친윤 의원들의 침묵에 그는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한술 더 뜬 건 대통령실 출신의 한 인사다. 22일 “한동훈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후배” 등 대통령실의 유화 제스처가 흘러나오고, 23일 두 사람의 서천 시장 회동이 성사된 뒤에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윤-한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불화 메시지’를 퍼뜨리느라 바쁘게 전화를 돌렸다. 일부 언론은 ‘단독’을 달아 기사화했다.

그사이 한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지라시도 쉴 새 없이 생산·유통됐다. ‘한동훈이 벌써 대선주자병에 걸렸다’ ‘원희룡 비대위원장설 급속 확산’ ‘검찰 내부에선 한동훈이 패륜에 준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것으로 본다’ 등의 내용이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한 위원장의 부상(浮上)이 불편하고 불안한 사람들이 만들고 퍼 나른 ‘노이즈’다.

갈등을 원하는 자들의 관심사는 결국 공천이고 자기 자리다. 그동안 ‘가짜 윤심팔이’로 유지해 온 한 줌 권력을 총선 때까지 이어가려는 몸부림이다. 사심 없이 최대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려던 적지 않은 이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려고 했다.

건강한 긴장 관계로 승화해야

여권 지지자들은 내심 ‘윤-한 갈등’이 약속대련이기를 바랐다. 갈등이 질서 없이 폭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제는 이왕 벌어진 사태를 당정 간의 건강한 긴장 관계로 승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당정이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여권에 쓰지만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전제 조건은 갈등을 원하는 이들의 자중과 침묵이다. 공천이 본격화하기 전에 갈등의 싹을 없애려는 윤 대통령의 결단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