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6개국 협력 기구인 걸프협력회의(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지었다. 2008년 협상을 처음 시작한 지 15년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이 한·GCC FTA 협상 최종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GCC FTA가 각국의 국회 비준 등을 거쳐 발효되면 품목 수 기준으로 한국은 89.9%의 관세를, GCC는 76.4%의 관세를 철폐한다. GCC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관세 동맹 형태의 경제 협력체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작년 기준 1026억달러(약 132조원)에 달한다.

韓 90%·GCC 76% 관세 철폐

걸프협력회의(GCC)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붙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5~20년), 자동차 부품(10~20년), 기계류(즉시~20년), 무기류(즉시~20년) 등 상품에 부과하던 5% 관세가 최장 20년에 걸쳐 철폐된다.

특히 무기류는 로켓 발사기, 미사일, 탄약, 포, 전차·장갑차 등 대부분 제품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중동 지역은 방산 수요가 매우 큰 주요 무기 시장이다. 세계 무기 수입액 상위 2위국은 사우디아라비아, 3위는 카타르다. 이번 한국·GCC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K방산’ 중동 수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에너지·자원, 바이오경제, 첨단산업, 스마트팜, 보건산업, 시청각 서비스 등 6개 협력 분야는 개별 부속서를 채택해 세부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해당 분야에서 한국과 GCC 국가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은 GCC 주력 상품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비롯한 에너지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현재 3%의 관세가 붙는 LNG와 LPG는 각각 15년과 5년에 걸쳐 철폐한다. 중유·벙커C유 등 일부 석유제품(3~8%)은 10~15년에 걸쳐 관세를 없앤다. 양측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수입이 많은 원유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써 한국은 싱가포르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참여)에 이어 GCC와 FTA를 맺은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FTA를 맺으면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거대 시장을 선점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GCC와의 FTA를 바탕으로 인접한 아프리카 권역까지 협력을 확대해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