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세베린 슈반 로슈 이사회 의장, 라스 프루어가르드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CEO,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 폴 허드슨 사노피 CEO.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안을 바탕으로 마련된 공급망 탄소배출 절감 방안에 최근 서명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수장들이다. 이들은 협력사와 함께 2025년까지 폐기물·에너지 절감 방안과 자재·에너지 재사용 목표를 수립했다. 2030년까지 최소 80%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목표도 이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 주로 평가 대상이던 국내 기업이 직접 기준을 제시하고 전 세계 기업을 평가하면서 주목받은 사례다.

SMI 공급망 의장 맡아 탄소절감 주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국 왕실이 주도하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기구인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MI)에서 헬스 시스템 분야 공급망 부문 의장을 맡고 있다. SMI는 전 세계 많은 기후변화 대응 조직 중 거의 유일하게 모든 산업계와 국제기구가 참여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가 배출하는 탄소의 70~80%가 1~3차 등 협력사로부터 나오는데, 공급망 부문 의장은 이들의 탄소배출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절감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 1900조원 규모 제약·바이오 시장을 주름잡는 미국과 유럽 기업의 공급망 탄소절감 경영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끌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SMI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제임스 최 부사장은 “모든 공급망이 지켜야 할 기준을 만들고 있고,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 등 전 세계가 모두 잘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매주 실무 회의를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SMI는 2020년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관으로 출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유일이자 세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업계 유일한 가입사다. 2023년 초 SMI가 탄소중립 로드맵 우수 기업에 주는 ‘테라 카르타 실’도 수상했다. SMI 가입사는 찰스 3세 국왕 주도 아래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특권이 주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21년 SMI 가입 후 존림 사장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제임스 최 부사장은 "제약·바이오업계는 전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ESG 경영의 선두에 선 산업군“이라며 “제약·바이오기업에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공급망 의장사로 활동한다는 것은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SMI는 까다로운 평가를 거쳐 오직 기구로부터 초대받은 기업(조직)만 가입할 수 있다. 원한다고 해서 아무 기업이나 가입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도 심사에서 탈락해 가입하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 헬스 시스템 분야 가입사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최근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럽 시총 1위 기업이 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를 비롯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GSK, 프랑스 사노피, 독일 머크 등 CEO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캐서린 러셀 유엔아동기금(UNICEF) 총재 등도 가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전 세계 14곳이 헬스 분야에서 가입해 소수 정예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ESG 경영은 기업 이미지 제고와 글로벌 수주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12월 기준 3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수주를 기록하며 연매출 3조6000억원 이상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12월 20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누적 수주 금액은 3조486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1조7835억원) 대비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세계 최대 생산능력, 초스피드 생산 속도, 높은 품질 외 ESG 경영 등을 통한 고객사 신뢰 확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항공 물류에서도 탄소배출 줄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규모 기준 세계 1위 CDMO업체다. 하지만 이를 넘어 ‘지속가능한 CDMO 파트너’로 전 세계에 인식될 수 있도록 탄소저감에 앞장서고 있다. 서비스·물류를 포함한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고,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탄소저감 활동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에는 ‘2050 넷제로(탄소중립)’ 선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 등을 진행했다.
CPHI에서 부스를 소개하고 있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CPHI에서 부스를 소개하고 있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파트너 선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으며, 투자자와 주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의약품 개발부터 생산, 운송, 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절감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 CDMO 기업을 선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선두급(톱티어) CDMO로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고객사와의 네트워크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2022년 12월에는 7개 주요 협력사와 ESG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탄소배출량 감축 활동 이행, RE100 등 이니셔티브 참여를 통한 로드맵 구축 등을 권장했다. 또 공급망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구체적 요청 사항을 공급망에 공유해 탄소중립에 동참하도록 독려했다. 2023년 6월에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첫 연계 공시로 ESG 보고서를 발간했고,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기업이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분야의 10대 원칙을 기업의 운영과 경영전략에 내재화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는 자발적 기업 시민 이니셔티브다.

9월에는 지속가능한 항공 서비스 구매자 협회(SABA)에 가입해 물류·운송 과정에서 온실가스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CDMO업체는 보통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한 후 대부분 항공 물류로 전 세계에 수출하는데,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이 부분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11월에는 공급사의 ESG 경영 강화를 독려하기 위한 공급망 ESG 데이(Supplier ESG Day)를 처음 개최해 우수 기업으로 써모피셔와 머크를 선정했다.

안대규 한국경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