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압도적 결의…캐나다·호주·뉴질랜드도 공동성명
미국내 여론도 급랭…바이든 "이스라엘 지지 잃기 시작"
유럽, 극단주의 테러 우려 탓 가자전쟁 확산에 더 큰 경계심
사망자 2만명 육박에 지구촌 "가자지구 즉각 휴전" 공감 들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해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 들어 이스라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지국인 미국에서도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한층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찬성 153표, 반대 10표, 기권 23표로 가결됐다.

이번 결의안에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인 1천200명을 살해한 하마스의 테러에 책임을 묻는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강조했으나 휴전에 대한 각국의 압도적 지지를 막지 못했다.

이 같은 기류는 개전 이후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2만여 명에 육박하는 등 전쟁이 금세기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한 우려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전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전쟁 중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만8천25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의료시설을 비롯해 가자지구 내 각종 기반시설이 파괴된 채 고립된 가자지구 주민들이 식량부족, 전염병 창궐 등에 고통받는 참상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인도주의 우려를 들어 휴전 노력을 촉구하는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3국 정부 총리는 성명에서 최근 일시 휴전으로 100여 명의 인질이 석방되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증가한 점을 평가하면서 "우리는 이 같은 휴전이 재개되고, 지속 가능한 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시급한 노력을 돕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망자 2만명 육박에 지구촌 "가자지구 즉각 휴전" 공감 들불
다만 이들은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한편 휴전 시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쓰는 행위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에서도 전쟁 지지 여론이 식어가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 CBS 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전쟁에 대한 접근이 평화적 결말을 이끌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6%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응답자가 34%로, '그럴 것 같다'는 비율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지난 10월 조사에 비해 연령 및 지지 정당 전반에 걸쳐 지지율이 하락한 결과라고 CBS는 설명했다.

여당인 민주당 지지자 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 '너무 많다'는 응답자가 지난 10월 28%에서 이번에는 38%로 10%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적당하다'는 응답자는 62%에서 54%로, '불충분하다'는 응답자는 10%에서 8%로 줄었다.

사망자 2만명 육박에 지구촌 "가자지구 즉각 휴전" 공감 들불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도 "하마스를 제거할 때가지 군사 지원을 계속하겠지만 세계 여론이 하룻밤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날은 한층 더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압도적 휴전 촉구 배경에는 가자지구 내 전쟁이 중동을 넘어 세계 각국의 안보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과측된다.

이날 네덜란드 대테러·안보조정기구(NCTV)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국가 안보 위협 수준을 4에서 5로 격상했다.

위협 수준 5는 특정 공격 계획에 대한 정보가 입수될 경우 발령된다.

NCTV는 최근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영국 등에서 이번 전쟁에 영향을 받은 급진주의자들이 공격을 시도한 사례를 언급하고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조직이 이번 전쟁을 이용해 동조자들에게 서방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