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토 지키며 전력 증강' 보수적 접근…우크라는 '상징적 승리' 원해
NYT "전력 분산돼 교착 상태…내달 워게임서 새 전략 구체화"
"미·우크라 '대반격 실패' 이후 내년초 돌입할 새 전략 모색"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군 지휘부가 내년 초부터 돌입할 새로운 전쟁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 나라 당국자들이 최근 몇 주에 걸쳐 만난 뒤 새로운 접근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달 독일 비스바덴 미군기지에서 열릴 예정인 워게임에서 구체적 사항을 매듭짓길 원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시작돼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전쟁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를 두고 두 나라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미군의 일부 인사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키면서 보급품과 전력을 증강하는 '홀드 앤 빌드'(hold and build)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자급 능력을 키워 내년 말이나 2025년 러시아가 의미 있는 협상을 고려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이목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상대로 지상 또는 장거리 공습에 나서는 쪽에 무게를 둔다.

올가을 크림반도 정밀타격처럼 군수공장과 무기고, 군수품 보급을 위한 철로를 공격해 러시아군의 균형을 깨뜨리고 상징적인 승리를 챙기는 전략이다.

우크라이나군 고위급을 지낸 한 인사는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도 새로운 계획이 구체화하고 있으며 "매우 대담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대한 기류가 예전 같지 않은 미국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자금 지원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모른 채 비현실적 기대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미국 당국자들은 전략에 변화가 없다면 1차 세계대전 중 전선이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수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1916년과 내년이 비슷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우크라 '대반격 실패' 이후 내년초 돌입할 새 전략 모색"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선 가운데 어느 쪽에 전투력을 쏟아야 하는지 의견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병력이 동부와 남부로 분산됐고 결정적 돌파구 대신 끝없는 교착 국면이 이어졌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은 러시아 점령지 크림반도가 포함된 남부전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들은 러시아군이 전투력을 쏟고 있는 동부전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군 인사들은 지상군을 지원할 공군력이 전무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기대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릭 시아라멜라도 "반격이 실패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지적에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다"며 "일종의 집단적 기대 인플레이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앤드리 켄덜 테일러는 "미국의 지원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이 전쟁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가 계속될수록 미국이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잃어버린 20%의 영토를 모두 되찾을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일부 전략적이고 상징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방어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쌓는다면, 평화협상에 대한 요구가 다시 거세질 때 우크라이나에는 좋은 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코프먼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그들은 영리하게, 효율적으로 싸워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장기 전략에 제대로 투자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다시 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