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문학번역원상 번역대상(프랑스어)을 받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3년 한국문학번역원상 번역대상(프랑스어)을 받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이승우 작가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흥분됩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자그마한 일을 포착해서 거기에 서사를 부여하죠.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한 그 매력을 프랑스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2023 한국문학번역원상' 번역대상(프랑스어)을 받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는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1993년 제정한 이 상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번역가한테 준다. 올해 이승우의 <캉탕>을 옮긴 드크레센조·김혜경(프랑스어), 조혜진의 <단순한 진심>을 번역한 오영아(일본어),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를 옮긴 리아 요베니띠(이탈리아어)가 번역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드크레센조는 프랑스에서 '이승우 전문가'로 통한다. 이 소설가의 작품을 해설한 <다나이데스의 물통>을 2020년 펴냈고,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집필 중이다. 그는 "특정 주제에 대해 단정하지 않고, 비유와 상징으로 돌려 말하는 이승우의 문체를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보다 쉽게 읽히는 직관적인 문장들로 재구성해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원작의 글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부터 15년 넘게 한국문학을 번역해온 전문가다. 이승우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 정과리 문학평론가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등이 그를 통해 프랑스에 소개됐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에서 한국학 전공을 창설하고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는 등 프랑스 내 한국문학 연구에 앞장섰다.

드크레센조는 "최근 한강 작가의 메디치상 수상 등 여파로 프랑스에서 전보다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학이 소개되고 있다"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깊은 생각거리를 주는 어려운 문학 작품들도 계속 번역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23년 한국문학번역원상 번역대상을 받은 수상자들. 왼쪽부터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김혜경(프랑스어), 오영아(일본어), 리아 요베니띠(이탈리아어)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3년 한국문학번역원상 번역대상을 받은 수상자들. 왼쪽부터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김혜경(프랑스어), 오영아(일본어), 리아 요베니띠(이탈리아어)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캉탕>을 공동 번역한 김혜경 번역가는 "<캉탕>이 이승우 작가가 프랑스에 머물던 시절 영감을 받아 집필된 작품인 만큼, 더 큰 애정을 가지고 번역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 위에 나타나지 않는 작은 해안 도시 캉탕'이라는 소설의 첫 문장부터 고심했다고 했다.

"프랑스 어법상 지도 위에 표출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공간은 '도시'라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아요. '시티'(City)와 '빌리지'(Village) 중 더 적절한 표현을 두고도 한참을 고민했죠. 그럴 때마다 이승우 작가와 상의하며 원작의 표현을 꼼꼼히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로상은 프랑스 이마고 출판사의 티에리 오자스·마리 잔 오자스 대표가 받았다. 이경민 씨(영어)와 슐체 리사 브리타(독일어) 등 신진 번역가 19명은 번역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번역원은 "이마고 출판사는 2004년부터 현대문학뿐 아니라 <숙향전> <금오신화> 등 고전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학을 출간해 프랑스에 알렸다"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