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5일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한국앤컴퍼니 직원들이 이날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한국앤컴퍼니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최혁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5일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한국앤컴퍼니 직원들이 이날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한국앤컴퍼니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최혁 기자
마켓인사이트 12월 5일 오후 5시 30분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5일 공개매수에 나서자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개장과 함께 공개매수 가격을 가볍게 넘어선 데 이어 10% 가까이 추가로 올랐다. 조 고문의 동생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측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항 공개매수라는 ‘반격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한국앤컴퍼니 상한가는 풀리지 않았다.

공개매수가 단번에 넘어

'조현식·MBK 공격'에 한국앤컴퍼니 상한가…단숨에 공개매수가 넘어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이날 29.90% 급등한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 가격 2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통상 공개매수를 진행하면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보다 다소 낮게 형성된다. 공개매수에 주식을 팔면 세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10% 가까이 높게 형성된 건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란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날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은 상황에서 조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지만 장 마감 때까지 상한가는 지속됐다. 조 회장이 결국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거나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높여서라도 거래를 마칠 것이란 데 ‘베팅’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이달 24일까지 공격자와 방어자 사이에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면서 주가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앤컴퍼니는 유통 주식 비중이 높지 않아 변동성은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40%를 넘는 상장기업에 대한 경영권 공격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 지분 8%만 더 사들여 지분율 50%를 넘기면 분쟁을 끝낼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공세에 나설 때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율은 14.8%에 불과했고, KCGI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격에서도 최규옥 회장의 지분율이 20.6%에 불과했다.

공개매수 기간 중 치열한 수싸움 예고

MBK파트너스와 조 고문 측은 한국앤컴퍼니의 특수 상황을 공략했다. 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경영 공백 상황을 노렸다. 올 2월 하이브가 SM엔터 공개매수에 나섰을 때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카카오가 검찰 기소를 당한 것도 이번 공개매수 성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MBK파트너스와 조 고문 측은 공개매수와 동시에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공개매수에 성공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양측은 동반매도요구권과 동반매도권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한쪽이 제3자에 지분을 팔 때 다른 한쪽의 지분까지 합쳐 매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매각에 나서면 조 고문 측도 경영권을 포기하고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기간 동안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 측은 이날 MBK파트너스 측에 대응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우호 지분 등을 더하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으며, 주식시장을 교란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 측은 “회장 보유 지분 및 우호 지분이면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며 “필요하면 일부 추가 매수할 수는 있으나 지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조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에서 MBK파트너스가 우위에 있지만 조 회장 지분율이 높아 결국 우호세력을 무리수 없이 확보하는지 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이날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일부 매입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hy 측은 “경영권 분쟁과 일절 상관없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차준호/박종관/김일규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