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 수급 연령 연장과 맞물려 법정 정년 연장이 화두가 되면서 경영계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호봉제를 유지한 정년 연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청년 일자리를 빼앗고 산업현장의 혼란만 가중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기 위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 청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9월 국민동의 청원의 국회 상임위 회부 기준인 5만 명 이상 국민 서명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같은 달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을 전례 없이 강하게 주장하며 파업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반드시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법정 정년을 2016년부터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당시 정부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제’를 정책적으로 확산시켰다. 하지만 제도화하지는 못하고 노사에 자율 결정 사안으로 떠넘겼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삭감 폭이 큰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대거 소송에 휘말리는 등 혼란이 야기됐다.

성과연봉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2016년 ‘임금체계 개편의 마중물’로 삼겠다며 도입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지지부진해졌다.

청년층은 직무급제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고용부 의뢰로 한양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만 15~34세 구직 청년 7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청년의 일자리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과 같은 일을 하는데도 오래 근무한 사람의 급여가 높은 것은 불공정하다”는 질문에 전체의 61.1%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13.8%, 약간 그렇다 47.3%)고 답했다. 연구진은 “공정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청년층은 근무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연봉이 더 높은 호봉제를 불공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한다”고 분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