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며 국내 배터리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올초까지 공격적으로 발표한 증설 및 투자 계획이 조정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황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 둔화로 재고가 쌓이며 납품량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리튬,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판가도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는 물론 내년 1분기까지 실적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삼성SDI는 “전방 수요 회복이 더뎌 4분기엔 전년 수준의 수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도 “4분기엔 판매량 조정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 수요는 기대보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급망의 끝단으로 갈수록 생산 물량을 더 늘리는 ‘채찍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양극재 기업은 미리 비싼 가격에 리튬, 니켈을 구매해 뒀지만 이를 바탕으로 제조한 소재의 판가는 떨어지며 이익이 크게 쪼그라들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