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며 국내 배터리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올초까지 공격적으로 발표한 증설 및 투자 계획이 조정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황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 둔화로 재고가 쌓이며 납품량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리튬,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판가도 떨어지고 있다.이에 따라 4분기는 물론 내년 1분기까지 실적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삼성SDI는 “전방 수요 회복이 더뎌 4분기엔 전년 수준의 수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도 “4분기엔 판매량 조정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 수요는 기대보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배터리 소재 기업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급망의 끝단으로 갈수록 생산 물량을 더 늘리는 ‘채찍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양극재 기업은 미리 비싼 가격에 리튬, 니켈을 구매해 뒀지만 이를 바탕으로 제조한 소재의 판가는 떨어지며 이익이 크게 쪼그라들고 있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대형 증권사의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주 2차전지와 반도체 대장주를 집중 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3% 넘게 빠지자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한 대형주에 매수세가 몰렸다.30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계좌 평균잔액 10억원 이상인 자산가들은 지난주(10월 23~27일) LG에너지솔루션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2위와 3위는 각각 삼성SDI(약 27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7억원)가 차지했다.LG에너지솔루션은 이 기간 3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40% 증가했다.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작년 7월 고점 대비 35%가량 하락했다. 지난 26일엔 40만원이 깨지면서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사그라지며 대형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미래에셋증권의 수익률 상위 1% 고객들이 지난주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올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4% 증가하고 영업손실이 38% 감소하면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는 평가다.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배터리 아저씨, 건전지 아저씨로 이름 바꾸세요”(에코프로 주주 A씨)2차전지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개미들은 K배터리 전도사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40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7월 장중 고점 대비 35% 떨어졌습니다. POSCO홀딩스도 지난 7월 고점(76만4000원) 대비 44% 빠졌습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도 같은 기간 각각 58%, 65% 빠졌습니다.지난달 박 작가는 8개 배터리 추천 종목의 상승 여력이 평균 445%에 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상승 여력이 높은 종목으로 LG화학(967%), POSCO홀딩스(562%), 에코프로비엠(456%), 에코프로(353%)로 제시했습니다. 단, 주가 예상 도달 시점을 3년으로 잡았습니다.하지만 추천 이후 이들 종목은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최근 한 달 낙폭이 20~30%에 달합니다.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고 중국산 배터리 침투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하락 원인으로 꼽힙니다.개미들은 벌었던 수익도 대부분 토해냈습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 고객들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평균 수익률은 각각 -1.13%, -18.2%입니다. 올 들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POSCO홀딩스와 LG화학은 주주들의 평균 수익률이 각각 -14%, -33%입니다.종목 토론방에서는 박 작가가 소환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한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부동산에 올인할 게 아니라 강남 집 팔아 2차전지에 투자할 때”라고 말한 사실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 주주는 “아저씨 말 믿은 내가 잘못이다. 이제 와서 누굴 원망하겠냐”고 낙담했습니다.증권업계에서는 박 작가의 전망이 ‘행복회로’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작가는 중국이 주로 만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한국산 삼원계(NCM) 배터리를 따라올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중국산 배터리를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박 작가를 옹호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한 주주는 “작가님이 목표주가 달성 시점을 3년으로 잡았으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주는 “모든 것이 공매도 세력 때문”이라며 “공매도를 척결해 K배터리 산업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