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한 OTT 안 보면 요금 내지 말라"…업계 난색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온라인 쇼핑 멤버십 등 구독 서비스를 결제했지만 실제 이용하지 않았을 경우 혜택을 이월해주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가 구독료를 결제한 뒤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에도 돈을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소비자와 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OTT 소비자는 환영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이같은 내용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결제했으나 한 결제주기 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사업자는 서비스 제공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도록 명시했다.

사업자는 이후 소비자가 서비스 이용을 재개할 경우 그동안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구독 기간만큼 혜택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의무를 담았다. 구독 서비스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사업자가 재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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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는 물론 네이버 플러스멤버십, 쿠팡 로켓와우 등 유료 멤버십도 모두 구독 서비스로 분류한다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이다.

예컨대 월 1회 결제되는 구독 서비스에 구독료를 지불한 소비자가 다음 결제 시점까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사업자는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은 한 달 치 서비스를 추가 결제 없이 이월하는 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사업자가 구독 서비스를 일시 중지할 때는 소비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윤 의원은 "구독 서비스가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이 이용하지 않았는데도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 악재 예상 기업: 네이버, 카카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 발의: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원실: 02-784-5281)
  • 어떤 법안이길래
    =구독 서비스를 결제했지만 이용하지 않을 경우 혜택을 이월해주는 내용.
  • 어떤 영향 주나
    =구독 서비스 업체에겐 수익성 악화. 사업 모델 위협 등.

법안이 통과되면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정기 결제를 하고도 막상 잊어버리거나 귀찮아서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난색 … “사적 계약에 과도한 개입”

하지만 업계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구독경제'의 본질을 이해 못한 법안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료를 최대 다수에게 받아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는 게 사업모델의 핵심"이라며 "월정액을 내고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하되 추가 과금을 안 하는 게 본질인데 서비스를 이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쓴 부분에 대해서만 돈을 낸다면 '구독'이 아니라 개별 상품 결제라는 얘기다.

구독 서비스 사업자와 소비자의 사적 계약을 국가가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란 문제도 있다. OTT나 멤버십은 소비자가 원하는 때 가입과 해지도 자유롭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에 강제력 있는 규제를 더 지울 명분이 약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사업자에게만 규제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있다. 글로벌 사업자에게는 국내 규제력이 잘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OTT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방면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장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