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 관측…"최근 최소 26개국 신뢰성 약화 노력"
가짜뉴스 유포·해외투표 방해·선거운동원 위협 등 다양한 수법
"러시아, 세계각국서 부정선거설 퍼뜨려…선거제 흔들기"
러시아가 최근 수년간 미국 등 세계의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키우기 위해 부정선거 주장을 퍼뜨려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정보기관이 파악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기밀 해제된 외교 전문에서 러시아가 2020∼2022년에 미국 등 최소한 9개국에서 선거의 신뢰성을 흔들기 위해 시도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위 9개국보다는 낮은 강도로 다른 17개국에서 그 나라에 이미 있었던 부정선거 주장을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증폭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는 선거 담당 행정기관의 신뢰를 허물어뜨리겠다는 특정한 목표를 갖고 이런 전술을 발전시켜온 것으로 보인다고 국무부는 분석했다.

이 외교 전문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020년 유럽 한 국가의 선거에서 비밀리에 대리인을 통해 선동꾼들을 동원해 선거운동원들을 위협하려 시도했고 선거일 시위를 조직했으며, 해외 투표를 방해했다.

또 남미 한 나라의 2022년 선거에서는 러시아가 텔레그램 메신저를 써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고, 러시아 '댓글부대'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선거 이후 사회 불안 우려를 증폭시키려 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러시아와 비슷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외교 전문은 덧붙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외교 전문 내용을 세계 100여개 민주주의 국가 정부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익명의 한 국무부 고위 관리가 WP에 전했다.

미국 외교관들과 정보기관 관리들은 파트너 국가들과 만나 러시아의 선거 시스템 위협의 세부 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러시아의 이런 위협을 막기 위해 러시아 외교관 추방 또는 다른 조치를 취하도록 권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관리들은 해당 국가 정부와 직접 접촉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관련 국가의 이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그간 각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보도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으로 지난 8월 사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해 자신이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 작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요식업체인 콘코르트 명의의 온라인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 선거에 개입해 왔고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