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투자 트렌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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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장세에서 개별 종목 투자의 난도가 높아질 때 투자자들이 찾아보는 것이 있다. 바로 주식 전문가들이 꾸려놓은 펀드(ETF)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일이다. 이들이 포트폴리오 안에 어떤 종목을 담고 빼는지를 참고할 경우 꽤 쓸 만한 참고서가 된다. 해외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양한 이머징 마켓 중 한국에 상장된 특정 기업을 골라 담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ESG ETF가 담은 종목은
난도 높아진 ESG 투자…ETF가 담은 종목 노려볼까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해외 친환경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장 많이 담긴 국내 종목은 삼성SDI로 총 5개 ETF가 이 종목을 담고 있다. 2차전지 업체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SDI를 업종 톱픽(최선호주)으로 꼽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20배 이하로 하락하며 저평가가 과도한 상황”이라며 “선도 업체 대비 과도한 주가 디스카운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업종 톱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2차전지 카테고리에선 LG화학(3개), LG에너지솔루션(2개), 엘앤에프(2개), 에코프로비엠(2개), SK아이이테크놀로지(1개), 비츠로셀(1개) 등이 해외 ETF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계적으로 종목을 선택할 경우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이나 업종 대장주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업종 내에서 덜 오르거나 향후 전망이 밝은 종목이 많이 담긴다”며 “단기 수익률보다는 장기 수익률을 노리고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력 분야에서는 씨에스윈드가 4개 ETF에 포함되며 최선호 종목으로 꼽혔다. 씨에스윈드는 세계 1위 풍력 타워 생산업체로 씨에스베어링, 블라트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국내 1위 풍력터빈 업체 유니슨도 3개 ETF에 담기며 뒤를 이었다. 분야별 국내 1위 업체들이 고르게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동국 S&C(1개)가 풍력 분야에서 해외 ETF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수소차, 태양광 분야 종목도 대거 포함됐다. 한화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태양광),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SNT모티브, 현대위아, 현대모비스(전기·수소차), 덕산네오룩스(소재) 등이다. 이 외에도 국내 증시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등도 선택을 받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ETF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성과가 나는 좋은 종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엄선한 만큼 투자할 만한 포인트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신규 국내 ESG 펀드 4개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안티 ESG 흐름 등으로 인해 관련 상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자 신규 상품 출시길도 막혔다. 현재 국내 주식형 ESG 공모펀드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2021년 4분기 이후 정체 상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ESG 펀드로의 자금 흐름이 순유출을 보이자 신규 ESG 펀드 출시에 대해 운용사가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연초 이후 지난 9월 20일까지 신규 ESG 펀드 출시 건수는 4개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ESG 열기가 달아올랐던 지난 2021년의 경우 한 해 ESG 관련 펀드만 33개가 출시됐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 유독 도드라진다.
난도 높아진 ESG 투자…ETF가 담은 종목 노려볼까
모닝스타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연속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지역의 ESG 펀드에서 빠져나갔지만,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계속 ESG 투자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신규 펀드 출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영증권은 전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올 2분기 26개의 새로운 ESG 펀드가 출시됐는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21년 4분기에 기록한 44개의 신규 출시 건수보다는 적지만 2022년 후반기보다는 증가한 수준으로 반(反)ESG 운동에도 불구하고 미 자산운용사들의 ESG 시장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츰 신규 펀드 출시가 증가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다. 제2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28), EU의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 GDIP) 세부 입법이 진행되는 등 ESG가 중요해지는 글로벌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다양한 신규 ESG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양한 ESG 관련 빅 이벤트 등이 예정되어 있어 다시 한번 탄소저감 또는 친환경을 비롯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발목 잡나

다만 높아지는 금리가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ESG 중 환경 분야는 금리 상승에 민감한 분야로 꼽힌다.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특성상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실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개발 기업(Developer)은 미국 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관련해 23억4000만달러(160억크로네)의 손상차손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세부적으로 공급망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 및 비용 증가(7억3000만 달러), 투자세액공제(ITC)의 보너스 크레디트(미국 내에서 제품 조달 시 10%p 추가 보조금 부여 등), 수령 관련 불확실성(8억8000만 달러), 고금리로 인한 프로젝트 수익성 하락(7억3000만 달러)이 손상차손의 원인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앞선 고금리 시기에 친환경 관련주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며 “중동전쟁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ESG 투자상품에 대해 실망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며 “리스크 헤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ESG 상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