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올 상반기에만 서울을 4차례나 방문했단다. 서울에 오면 새벽마다 청계천을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는 게 일상이라는 그의 입에선 광화문, 남산, 강남, 잠실 할 것 없이 서울 시내 맛집 리스트가 줄줄 나왔다. 한식을 너무 좋아해 출장 때문에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살이 찐다며 농담을 던진 주인공은 글로벌 1위 교육 플랫폼 '유데미(Udemy)'의 리치 치우(사진) 사장(President)이다.

유데미는 어떤 기업?

치우 사장이 한국을 이토록 극찬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3일 광화문 웅진씽크빅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그는 "한국인들은 늘 무언가 배우고 성장하려는 열의가 그 어느 나라 국민보다 크다"며 "교육 플랫폼 경영자로서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데미는 2010년 터키 출신의 에렌 발리 창업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성인 교육 플랫폼으로, 회사 이름은 '유어 아카데미(your academy)'의 줄임말이다. 누구든지 무엇이든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학습자 수는 6400만명에 강사는 7만5000명, 수업 개수는 21만개를 웃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6억3000만달러(한화 약 8500억원) 규모다.

유데미는 특정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강사를 제한하지 않고 누구나 강의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보통 온라인 교육 업체들은 강사의 조건을 통해 강의 품질을 높이지만 유데미는 소비자 평점과 리뷰로 피드백하며 퀄리티를 높인다. 파이썬, 프로그래밍 등 정보기술(IT) 강좌부터 음악, 운동, 사진 등 취미 분야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다양한 실무 교육을 펼친다. 지난해 기준 유데미의 상위 10명 강사가 달성한 수입은 무려 2000만달러(한화 약 267억원)를 웃돈다.
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유데미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직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유데미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직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유데미의 강점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치우 사장은 "온라인 강의를 일방적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도록 실시간 토론, 채팅룸 등 이용자 참여의 장을 활성화했다"며 "PPT, PDF, 오디오 파일, ZIP을 지원해 편의성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유데미에서는 매달 3000~4000개의 수업이 생겨나고 있고, 75개 언어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유데미가 한국에 진출한 건 2021년 3월 웅진씽크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그해 9월 국내에서 유데미 서비스를 론칭하며 시장 영향력을 넓혔다. 치우 사장은 "유데미와 웅진은 단순한 파트너십을 뛰어넘는 특별한 관계"라며 "양사는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원팀'"이라고 치켜세웠다. 유데미가 채용을 진행할 때 웅진씽크빅 관계자가 면접 자리에 같이 참여하고, 반대로 웅진씽크빅이 채용할 때는 유데미 관계자가 전형 과정에 참여한다.

치우 사장은 웅진씽크빅과 파트너십을 맺은 지난 2년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유데미에 한국어로 된 강의가 3000개 이상, 한국인 강사 수는 300명을 웃돈다"며 "유데미에서 한국 사용자들이 머무는 시간은 지난 2년간 100배 넘게 증가해 고무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웅진씽크빅은 이 같은 추세에 고삐를 죄기 위해 유데미 강의 중 국내에 맞는 강의를 선별하고 있다. 한국인 강사 양성과 번역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치우 사장은 "웅진씽크빅 덕분에 한국 강사들이 한국어로 된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수업에 대한 매출이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유데미 비즈니스'로 국내 기업 교육 시장 노린다

유데미와 웅진씽크빅은 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기업 교육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유데미 비즈니스'를 출시했다. 유데미 비즈니스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간 거래(B2B) 교육 플랫폼으로, 전 세계 1만 25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유데미 비즈니스에 가입했다. 한국에는 약 2만2000개 콘텐츠를 엄선해 무제한 학습이 가능한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유데미 비즈니스는 론칭 1년6개월 만에 누적 기업 고객사를 100곳 넘게 유치하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치우 사장은 "한국 대기업 50곳 정도가 유데미로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며 "삼성, 현대차, LG전자, KB국민은행, KT, 대한항공, GS리테일, 엔씨소프트 등 대표적인 고객사"라고 밝혔다.

치우 사장은 "과거 한국의 기업 교육 특징은 임원이 직원들에게 강의를 제공하는 '톱다운' 방식이었다"며 "하지만 이젠 직원 관심사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매칭하는 방법으로 교육 방식이 바뀌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변화 움직임에 유데미는 올해 B2B 부문의 매출이 전년 대비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에는 기업을 넘어 대학교에서도 유데미 비즈니스를 찾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에 IT·개발 관련 최신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었다. 유데미 비즈니스는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교육 콘텐츠 및 플랫폼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성균관대, 창원대 등 주요 대학에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실리콘밸리 본사를 방문한 고객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리치 치우 유데미 사장(President)이 실리콘밸리 본사를 방문한 고객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웅진씽크빅

"글로벌 기업, 스펙보다 스킬에 집중하는 추세"

치우 사장은 향후 글로벌 교육 시장의 메가 트렌드가 '스킬(Skill)'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출신 대학과 전공이 중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스펙보다 스킬에 집중하는 추세여서 유데미 역시 '스킬 강화'에 서비스 초점을 맞췄다"고 짚었다.

생성형 AI 강의도 스킬 트렌드 중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그는 "챗GPT가 처음 소개됐을 때 유데미에서 3개월 만에 챗GPT 강의가 100개 넘게 생겼다"며 "현재 유데미에 공개된 챗GPT 관련 강의수는 4000개를 넘어서 가장 인기가 높은 카테고리가 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치우 사장은 "발전에 대한 높은 열망을 가진 한국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 직장인들이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스킬을 갖추도록 유데미와 웅진씽크빅이 돕겠다"고 마무리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