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진열된 맥주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진열된 맥주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석 이후 식품 물가가 다시 한 번 들썩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계속되자 식품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반기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정책 기조로 잠시 동결됐던 일부 제품의 소비자 가격 또한 움직였다.

◆오비맥주 제품 출고가 인상

오비맥주는 카스, 한맥, 필굿 등 주요 국산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고 4일 밝혔다.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 공급되는 가정용 355mL 캔 제품,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업소용 500mL 병 제품이 해당한다. 다만 가정 채널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500mL 캔 제품은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카스 0.0’ 등의 무알콜 맥주도 출고 가격을 동결했다.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조치는 작년 3월 초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오비맥주는 주요 원재료인 맥아 가격과 부재료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아 가격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8% 급등했고 원유 가격 상승, 환율 변동도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공장 출고가 인상 이후 유통채널 별 맥주의 소비자 가격과 식당의 병맥주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경쟁사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조정한 이후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하이트의 출고가를 평균 7.7% 올렸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원재료 부담은 지속되고 있지만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맥주의 주재료인 수입 맥아 1㎏ 가격은 2021년 951원에서 올해 상반기 1200원으로 26.1% 상승했다. 맥주에 쓴 맛을 더해주는 호프(1㎏)의 경우 같은 기간 1만9550원에서 3만3403원으로 70.8% 급등했다.
하이트진로 수입 맥아 원재료 가격(자료=금융감독원)
하이트진로 수입 맥아 원재료 가격(자료=금융감독원)

◆정부 물가 관리 나서지만...

정부는 올 상반기 강력한 물가 안정 정책을 펼치며 식품·유통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라면, 제과업계 등이 동참해 일부 품목의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추석을 3주가량 앞두고 주요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를 소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예견된’ 가격 인상을 포함해 제품 가격 상승 발표는 이어지고 있다. 원유(乳) 기본 가격이 리터(ℓ)당 88원(8.8%) 상승하면서 이달부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조정됐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 제품 ‘나100%우유’(1ℓ)는 대형마트에서 2900원대에 판매돼 리터 당 3000원에 육박했다. 매일유업은 우유 제품 가격을 4∼6%, 가공유 제품 가격을 5∼6% 올렸고 남양유업, 빙그레도 흰우유와 가공유, 요거트류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멸균 우유를 고르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지난 7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멸균 우유를 고르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편의점 업계는 이달 1일부터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공급가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6월 말 아이스크림 판매가를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돼지바’ 등 바류 아이스크림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빠삐코’ 등 튜브류 아이스크림은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상승했다.

외식업계도 원부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BBQ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튀김유로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씨를 섞어서 쓰기로 결정했다. 네네치킨은 8월 1일부터 레드마블 종류를 제외한 전 품목을 1000원~2000원 인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먹거리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정부의 대책에 공감한다”면서도 “최근 2~3년간 누적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더이상 감내할 수 없어 가격 인상을 항상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