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운전자가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마지막 주까지 12주 연속 올랐다.  연합뉴스
오토바이 운전자가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마지막 주까지 12주 연속 올랐다. 연합뉴스
국내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로 인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연말 2%대’ 물가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96.17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1747.7원)보다 48.47원 오른 것으로, 작년 8월 13일(1797.86원) 후 1년2개월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휘발유의 주당 평균 가격은 지난 7월 첫째주부터 지난달 넷째주까지 1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통상 2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유가 오름세가 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6~7월 2%대를 기록했다가 3개월 만에 반등했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9% 올라 지난해 4월(1.6%) 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석탄·석유제품(11.3%), 화학제품(1.4%) 등이 오르면서 공산품 가격이 1.1% 상승했다.

이른바 ‘킹달러’(미국 달러 가치의 글로벌 강세 현상)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이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고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6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정부는 CPI 상승률이 지난달까지 3%대를 기록하다가 10~12월 2%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고유가·고환율이 지속되면 다시 3%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말까지 물가 하락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