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의 역(驛) 위치 결정 시점을 ‘연말까지’로 또 미루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검단지역에 놓을 역사 개수를 놓고 ‘3곳’을 주장하는 인천시와 ‘2곳’을 주장하는 김포시의 입장차가 첨예해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풀어야 할 대광위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결정을 미룬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으로 가는 5호선 연장노선 협의

총선 앞두고…'5호선 연장' 뭉개는 대광위
22일 국토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대광위는 지난 20일 경기도·인천시·김포시·인천서구청이 참여한 노선조정협의회를 열고 연말까지 인천시와 김포시의 합의를 통해 최종안을 정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5호선이 검단신도시 쪽을 최대한 많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노선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포시는 ‘골드라인 혼잡사태’ 해소를 위해서는 서울 직통 노선이 필요하다며 인천안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대광위는 8월까지 노선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이달 말로 한 차례 기한을 미룬 데 이어 또다시 ‘연말까지 합의로 결정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대광위 관계자는 “위원회가 직권으로 노선을 결정하려 했지만 지자체 간 이견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빠랑 여동생이 계속 싸우다가 둘 다 안 될 수도 있다”며 “(기한 연장은) 정부의 배수진”이라고 말했다. 양쪽 노선안 모두 B/C(비용 대비 편익)값이 1에 못 미치는 0.8 수준으로 원래대로라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탈락한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에 예타 면제를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지자체 간 합의가 안 되면 예타 면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 김포 첨예한 입장차 좁혀질까

연말까지 지자체 간 의견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크지 않다. 지역 주민이 각 노선안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어서다. 5호선 연장사업은 지난해 김포시가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건설폐기물 처리장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탄력이 붙었다. 김포시는 당초 제시한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건폐장 합의도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김포안이 받아들여지면 인구가 21만이나 될 검단신도시는 광역철도가 없는 유일한 신도시가 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검단신도시총연합회가 실시한 입주(예정자 포함) 여론 조사에선 ‘김포 안으로 결정될 경우 인천시가 대광위의 결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답변이 89.5%에 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김병수 김포시장이 각각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합의가 늦어지면 사업이 백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가 5호선 연장선 인근에 놓일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강희업 대광위원장은 지난 8월 LH공사 검단 사업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5호선 노선 결정이 늦춰진다면 GTX-D 등의 타당성 조사가 있어 5호선 예타 면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막판의 ‘극적 타협’을 기대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원 장관과 대광위가 정치적 이유로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어떤 노선으로 결정되든 나머지 지자체의 반발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인천과 김포 양측에선 ‘지자체 간 합의를 끌어내야 할 대광위가 지자체 탓만 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광위 관계자는 “남은 3개월간 사업비와 안정성, 편익 등을 검토하고 노선의 경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자체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김소현/인천=강준완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