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세로의 모습. 경찰이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 대해 오토바이 통행 금지를 조치를 내렸지만 현장은 배달업 종사자들이 빈번하게 통행을 벌이고 있었다. 조철오기자
15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세로의 모습. 경찰이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 대해 오토바이 통행 금지를 조치를 내렸지만 현장은 배달업 종사자들이 빈번하게 통행을 벌이고 있었다. 조철오기자
경찰이 전국 44곳 도로에 ‘이륜자동차(오토바이) 통행금지’ 처분을 내리며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은 오토바이의 통행이 여전히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업 종사자들은 규제가 골목상권과 서민경제를 위협한다며 경찰과 법적 다툼까지 벌이는 등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찰은 코로나 사태 이후 늘어난 오토바이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립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오토바이 통행 금지’에도 1시간에 130대

1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를 살펴본 결과 약 130대의 오토바이가 불법 통행을 했다. 개인용 오토바이 5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배달용 오토바이였다. 경찰은 평소 오토바이가 무질서한 운행을 한다며 오토바이의 연세로 출입을 금지했다. 연세로는 약 500m 길이의 왕복 2차선 도로다. 그럼에도 배달업 종사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세로 일대를 활보하듯 운행했다.

당초 연세로는 2014년부터 시내버스 등 일부 대중교통차량만 통행할 수 있었다. 서대문구청이 신촌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차량 전면 진입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지난 1월 한시적으로 전 차량 진입을 허가했다. 하지만 경찰은 교통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오토바이만 통행을 금지했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이곳을 포함해 44곳 일반도로에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전국적으로 경기 남양주 북부간선도로, 경기 김포 한강로, 인천 간석지하차도, 인천 아라뱃길, 충남 보령 해저터널 등이다. 경찰은 ‘이륜차 특별 단속’ 기간을 갖고 불시 단속을 벌이며 오토바이가 무분별한 질주로 인해 관련된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인근 음식점주와 배달원 들은 경찰의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촌 연세로의 경우 통제된 도로를 포함해 일대 도로가 마치 바둑판식 격자 형태처럼 도로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음식 주문을 받은 배달업 종사자들은 오토바이로 재빠르게 운행해 다녔다. 이 과정에서 배달업 종사자들이 불법으로 연세로도 지나쳐 다니는 것이다.

음식점주와 배달원들은 경찰이 서울시 등과 역행하는 규제를 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서울시·서대문구청 등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차량 전면 통행을 논의하고 있어서다. 배달원 김효섭씨(30)는 “일대를 모두 통제 했어야 했는데 도로 한 줄만 통제하다 보니 경찰 조치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실제 단속도 많지 않아 통행금지 조치는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말했다. 음식점주 김태원씨는 “상권 활성화에 가장 필요한 차량은 배달용 오토바이인데 오토바이만 콕 집어 통제하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세로의 모습. 경찰이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 대해 오토바이 통행 금지를 조치를 내렸지만 현장은 배달업 종사자들이 빈번하게 통행을 벌이고 있었다. 조철오기자
15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세로의 모습. 경찰이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 대해 오토바이 통행 금지를 조치를 내렸지만 현장은 배달업 종사자들이 빈번하게 통행을 벌이고 있었다. 조철오기자

경찰 강경대응에 배달업 종사자 ‘소송전으로’

경찰은 오토바이 사고가 증가 추세여서 오토바이 통행제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발생 건수가 2013년 1만6381건 이후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다. 2019년 2만898건 등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2만건이 넘어섰다. 2020년 2만1258건, 2021년 2만 598건 등을 기록하면서 경찰이 사고를 줄이고자 몇 년 전부터 강력 단속 기조를 보인다.

오토바이 사고가 지난 몇 년 동안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활동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바깥 활동과 사람 간 접촉에 어려움을 겪자 대신 배달업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종사자도 많이 늘어났다”며 “번호판 미설치, 난폭운전 등 오토바이 이용객들은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어 교통사고도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의 오토바이 통행금지가 부당하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뭉쳐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경기 의정부의 경우 경찰이 특정 구간인 서부로에 대한 ‘이륜자동차 통행금지’ 조치를 내리자 오토바이 운전자 약 1400명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경찰서는 “서부로의 경우 사실상 고속도로에 준할 만큼 고속 주행하는 차량이 많은 곳”이라며 “대형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 측은 경찰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도로는 지난 4월부터 오토바이의 통행이 재개됐다.

충남 보령 해저터널의 경우 지난 4월 첫 재판이 열린 이후 현재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앵그리라이더’(오토바이 이용객 권익 보호 연합회)는 소송을 위해 전국 7개 권역 별로 참여인단을 모집중에 있다. 경기 김포한강로, 경남 창원내서교, 경북 팔조령터널, 대구 아시아강변로, 부산 장평지하차도, 전남 양응산터널 등이 구역이 우선 소송 대상이다. 관련 소송을 진행한 ‘앵그리라이더’의 이호영 변호사는 “통행금지 조치는 운전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차별적인 조치”라며 “배달업이 활성화된 만큼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른 보완 정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바람직한 사고 예방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