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나흘 연속 하락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나흘 연속 하락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작은 창대했으나 뒷심은 미약했다. 지난 한 주 코스피지수가 이런 흐름을 보였다. 지수는 주초인 지난 4일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1% 가까이 급등 마감하면서 2600선 회복의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4거래일 내리 밀리며 2540선에 그쳤다. 금리와 수요 등 매크로 여건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개별 기업들의 리스크(위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주(9월 11~15일) 우리 증시가 약보합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0.63% 내린 2547.68에 장을 끝냈다. 투자주체별 수급을 살펴보면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754억원, 1442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기관 홀로 665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0.6% 내렸다. 해당 기간 수급을 보면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부각됐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531억원, 23억원 사들였지만 외국인 홀로 124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과매도에 따른 반발 매수세로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5.86포인트(0.22%) 오른 3만4576.59로 거래를 끝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35포인트(0.14%) 상승한 4457.4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69포인트(0.09%) 뛴 1만3761.53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가는 이번 주 지수가 약보합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 전반과 관련한 거시경제 변수가 크지 않은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주간 예상 코스피 밴드로 2490~2610선을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해 보이는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 판단된다"며 "유가상승 수혜분야와 중국의 이연수요와 관련되는 분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부적으로 지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요인들을 살펴보면 먼저 여러 지표들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우려가 완화됐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면서 지수 상승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자지출(PCE) 물가지수가 7월에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오름폭을 기록한 데다, 미국 8월 실업률은 3.8%로 집계됐다. 수개월간 낮게 유지되던 실업률은 이번에 작년 2월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단체관광 재개 조치를 함에 따라 요우커(중국 관광객)들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점도 한 몫한다.

다만 빅테크 규제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의 적용 대상 기업 리스트를 확정했다. 여기에는 애플과 메타,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 등 6곳의 핵심 플랫폼 22개가 포함됐다. DMA 적용 땐 이용자 개인 정보를 다른 서비스 사업에 활용하거나, 자사 소프트웨어·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이 법은 내년 3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중국의 갈등 확대도 우려된다.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업무용 기기로 애플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 브랜드 기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어 최근까지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이 국영기업과 정부지원기관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계획이라는 후속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