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왼쪽부터)과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 김민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이강행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투자 유치 계약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왼쪽부터)과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 김민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이강행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투자 유치 계약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의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보험사의 자회사 GA가 투자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대규모 외부 투자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생명을 비롯해 KB라이프생명 흥국생명 AIA생명 등 보험사가 세운 판매 자회사의 영향력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커지면서 기존 GA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화생명은 5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와 투자 유치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으로 한투PE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1000억원을 투자해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지분 11.1%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생명은 대형 보험사 중 가장 먼저 제조·판매 분리를 추진해 2021년 4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했다. 출범 때 총자본 6500억원으로 시작했는데, 이번에 1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가치를 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한화생명 GA, 1000억 유치…몸값 '껑충'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화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전략적 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소속된 보험설계사가 한국투자증권 투자상품을 판매하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내놓은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자회사 GA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로 생보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한 회사의 상품만 팔 수 있는 설계사의 이탈이 늘고 있다”며 “이들을 붙잡는 동시에 판매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GA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올해 초 대형 GA인 피플라이프도 인수했다.

KB라이프생명 흥국생명은 각각 GA 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 HK금융파트너스를 세웠다. 전속설계사가 대다수인 삼성생명도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량 GA 인수, 지분 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여러 보험사가 대규모 지원금을 내걸고 인력을 영입하면서 GA업계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인력을 붙잡기 위해선 대규모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GA 자회사 AIA프리미어파트너스를 출범시킨 AIA생명이 직전 연봉의 최대 200%가량을 준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업계가 크게 술렁였다. AIA생명은 공태식 리치앤코(현 굿리치) 부사장을 AIA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로 영입했는데, 공 대표의 이직과 맞물려 300명가량의 설계사가 리치앤코를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사의 잦은 이직이 부당한 승환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계사들이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회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할 수 있어서다. 대규모 지원금 지급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이직 설계사에게 주는 금액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