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5월 사전점검 전부터 급매물이 대부분 나갔습니다. 지금은 급전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전용 59㎡는 4억원대로, 전용 84㎡는 5억원대로 올라왔습니다. 지금 남은 집주인들이 지연 이자를 내더라도 제값을 받기를 원해요."(상계동 A 공인 중개 대표)

지난달 말 입주가 시작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1163가구). 통상 대단지는 입주 초반 전세 거래가 활발한 '입주장'이 펼쳐지지만 분위기는 썰렁했다. 사전점검 전후로 급한 전세매물들이 빠진데다 남은 물건들의 전셋값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11일 상계동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와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에서 나와 있는 전세 물건은 대략 150개 내외로 추정된다. 네이버 부동산에는 500개가량이 등록돼 있지만 중복 매물을 고려하면 100~200개 사이가 될 것이라는 게 현지 공인 중개업소 설명이다.

전셋값은 2개월 새 5000만~1억원가량 뛰었다.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는 4억3000만~4억5000만원 수준인데, 지난 5월만해도 3억원 후반에 계약이 나왔다. 전용 84㎡는 4억원 후반에 거래가 됐지만, 급전세들이 빠지면서 이제는 5억~6억원 수준에 매물들이 나와있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에 이사 차량들이 움직이고 있다. /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에 이사 차량들이 움직이고 있다. / 사진=이송렬 기자
상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인근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이 사전점검 전에 집도 보지 않고 낮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한 건들이 있다"며 "낮은 전셋값을 감안하고 찾은 수요자들은 헛걸음하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상계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현재 전용 59㎡ 3억원대 물건과 전용 84㎡ 4억원대 물건은 정말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세입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층이나 동에도 급전세 수준으로 나온 가격이 흔하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이 단지의 입주 기간은 오는 9월까지로 다소 여유로운 편이다. 통상 입주 마감이 기한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낮은 전세 물건이 많이 나온다. 입주 기한이 지나면 집주인들이 지연이자를 내야 해서다. 그런데도 가격이 낮은 물건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금리가 낮아지자 집주인들이 버틸 여력이 늘어서다.

상계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연체 이자 수준이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7~10%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4~5% 수준으로 내리면서 집주인들이 지연 이자를 내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에 전세를 놓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한 번 전세를 놓으면 4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전경. 사진=한경DB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전경. 사진=한경DB
인근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도 "집주인들과 통화를 해보면 가격을 내릴 의사가 거의 없더라"면서 "이 단지 중에선 불암산이 보이는 곳이 가장 인기가 많은데 이런 물건의 경우 전용 84㎡ 기준 6억원대에서 내려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입주 마감 기간이 다가오면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공인중개업소도 있다. 상계동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직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버티는 것이라고 본다"며 "그새 급한 일이 생기거나 막상 이자를 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급전세로 물건이 나올 것이다. 이사 기간이 촉박하거나 그렇지만 않다면 실수요자들은 일단 지켜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단지에서 최근 상승한 전셋값으로 계약이 드물다보니 통계상으로 노원구 전셋값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저가 매물들의 계약으로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이 하락한 탓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노원구 전셋값은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0.04% 하락했다. 지난달 첫째 주(5일) 이후 5주 연속 하락했다. 노원구가 속해 있는 동북권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첫째 주 기준 87.3을 기록했다. 연초 6.1에서 20포인트 이상 회복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기준선 100 아래라는 것은 집을 찾는 세입자보다 집을 내놓은 집주인이 더 많단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