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경매 현장. /한경DB
케이옥션 경매 현장. /한경DB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거래 규모가 지난해 같은 시기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매사 중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한 곳은 케이옥션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30일 발표한 ‘2023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장 규모는 811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56%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2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반기 총 출품작 수(1만4851점)는 전년 동기(1만5766점)와 비슷했지만, 낙찰률은 65.3%에서 52%로 급락했다. 경매에 나온 작품 두 점 중 한 점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는 얘기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경기가 그만큼 위축돼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유찰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건재한 건 ‘블루칩 작가’들이었다. ‘부동의 1위 작가’ 이우환은 낙찰총액 72억원을 기록하며 정상을 지켰다. 김환기(42억원), 유영국(38억원), 박서보(37억원)이 뒤를 이었다. 작품 기준으로 보면 최고가 상위 20순위 중 이우환은 5점, 박서보는 3점, 김환기와 유영국은 각각 2점이었다.

이런 결과는 지난 2021~2022년 미술시장 ‘역대급 호황’의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많다. 호황기에 좋은 작품들이 대거 새 주인을 찾으면서 경매에 나올 만한 우량 매물이 줄었고, 여기에 역기저효과가 겹치면서 지표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것이다. 다만 미술시장이 본격적인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해외 미술시장은 여전히 건재한 데다 국내 시장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술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크지 않다”며 “이전에 비해 미술시장 저변이 넓어지고 기초 체력이 튼튼해진 덕분”이라고 했다.

옥션사 중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한 회사는 케이옥션인 것으로 조사됐다. 301억원으로 라이벌인 서울옥션(286억원)을 넘어섰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9개 경매사(서울옥션, K옥션, 마이아트옥션, 헤럴드아트데이옥션, 아이옥션, 라이즈아트, 에이옥션, 칸옥션, 토탈아트옥션)가 올 들어 연 경매 중 6월 말까지 열린 온오프라인 경매를 분석한 결과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