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서 엄청난 양의 현금이 쌓여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KBS 1TV '시사 직격' 박병길 PD는 17일 방송된 KBS 1TV '더라이브'에 출연해 오랜 설득 끝에 전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 씨의 두번째 부인이자 가족들을 대신해 5·18 민주화 운동에 사죄한 손자 전우원 씨의 친어머니인 "최 모 씨의 증언을 듣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박 PD는 그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해 왔다. 박 PD는 최 씨와 인터뷰에서 "시아버지 연희동 자택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만원짜리 구권 지폐가 다발로 잔뜩 쌓여 있었다. 구권을 그냥 쓸 수 없기에 며느리들이 모여 신권 만원짜리와 섞어 재포장하는 작업을 했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나는 벌레도 무서워하는데 억지로 그 작업을 했어야 됐다'는 경험담을 생생하게 말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19일 방송에서 "(비자금을) 어떻게 숨겼고, 검찰에서 왜 발견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중요한 말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씨가 언급한 '돈다발 새로 엮기'가 진행된 시점은 1994년 즈음으로 예측되고 있다. 1983년 처음 등장한 만원짜리 지폐는 1994년 위조방지 홀로그램이 추가됐다. 이후 2007년 1월 완전히 새롭게 변경됐다.

최 씨의 전 남편인 전재용 씨가 1990년대 말부터 현재 아내인 배우 박상아 씨와 사실혼 관계였다. 2007년에는 전재용 씨가 박상아 씨 사이에서 딸을 낳아 살고 있었고, 최 씨도 그 무렵 전재용 씨와 이혼한 상태라는 점에서 1994년 이후가 아니겠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 현금다발 더미가 있었다는 건 전우원 씨도 주장했던 내용이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행사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행사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우원 씨는 "할아버지 집 침실 벽에 돈가방이 가득했다", "할아버지 서재에는 항상 현금이 가득했다", "할머니 옷장 밑엔 지하금고행 문이 있었다" 등의 발언을 이어왔다.

전우원 씨는 지난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5.18 등 역사적인 진실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아는 바로는 비자금 문제도 굉장히 크다"며 "비자금 관련된 문제가 최대한 불거지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최대한 이 일에 대해서 잊고 혹시나 기억하더라도 그냥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라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기억하기를 원해서다"고 추측했다.

한편 현재 전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은 파악이 쉽지 않을뿐더러 직계 가족뿐 아니라 측근의 차명 재산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추징 방법도 마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 절차를 중단하게 되어 있으며 상속재산을 대상으론 징수할 수가 없다.

지난 2020년 6월 미납한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추징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 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몰수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 수익,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등 이른바 '전두환 추징 3법'이 발의됐지만, 2020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한 이후 추가 논의는 멈춘 상태로 전해진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