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오염수 배출전 측정시스템·시설 장기운용 안전성 검토에 주력해야"
시찰단, 日방류계획 자체검증 위한 핵심데이터 획득이 관건
한일 양국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과정을 검토하는 현장 시찰단을 나흘 일정으로 보내기로 합의했지만, 시찰단이 접근할 시설의 구체적 항목과 정보 등 세부사항은 여전히 조율 중인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시찰단이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위해 구축한 장비와 시스템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중점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내에 후쿠시마 오염수 검토팀을 꾸려 일본의 해양 방류 계획의 신뢰성을 자체 검토 중인 만큼 이들이 낼 결론을 보조할 수 있는 주요 데이터들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은 일본이 오염수를 희석해 최종 배출하기 전 상태의 핵종 농도 등을 측정하는 설비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오염수를 직접 채취하고 측정하는 것보다 향후 방류 상황에서 제대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지를 확인하는 게 더 현실적이란 뜻이다.

일본은 오염수의 핵종 농도가 배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로 여러 차례 거른 후 배출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재 탱크 속에 담긴 오염수 농도가 배출 기준을 초과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ALPS로 거른 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중 약 70%가 방류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본은 그해 11월 ALPS를 이용한 2차 정화 시험을 한 차례 진행한 후 재정화가 가능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이 공개한 오염수 방류계획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배출할 때 측정하는 농도가 전체 오염수를 대표할 수 있도록 물을 섞어 균질하게 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시찰단이 현장에서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했는지를 살펴봐야만 일본이 실제 자신들이 주장한 계획대로 방류하는지를 다음에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신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은 지난 12일 열린 시찰단 관련 브리핑에서 "실제로 탱크에서 어떻게 시료를 채취하는지, 그다음에 ALPS 통과한 후에 시료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그런 것들을 볼 계획으로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구축했다는 방류 시설이 오랜 기간 안전성을 유지할지 확인하는 것도 관건으로 꼽힌다.

IAEA는 방사선학적 측면에서 주로 검증을 진행 중인 만큼, 20년 이상 방류가 예정된 시설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여기에 아직 일본이 장기간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점도 이런 분석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원안위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기자단 대상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설명회에서 "데이터의 과학적 근거나 정당성과 관련해 일본 측에 보낸 질의에 대해서는 답변이 많이 들어왔지만 향후 운영 계획이나 보수 계획, 장기간 가동 중 고장 났을 때의 대응 등에 대해서는 계속 질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찰에서 성능 측면에서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살펴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ALPS 성능 검증을 위해서는 결국 ALPS에서 처리된 오염수의 핵종 농도를 봐야 하는데, 일본은 개별 국가의 오염수 안전성 검증은 불가하다며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선 IAEA 교차 검증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추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도 교차 검증에 참여해 일본 현지에서 채취한 오염수를 일부 확보한 만큼 자체적 검토에 이를 활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시찰단 성격을 해양 방류 과정 전반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데 있다고 규정한다.

박규연 국무조정실 1차관은 브리핑에서 "오염수 정화 및 방류시설 전반의 운영 상황과 방사성물질 분석 역량 등을 직접 확인하고, 우리의 과학적·기술적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 내 원자력 안전 규제 분야 전문가 20명 내외를 시찰단으로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첫 협의에서 시찰 프로그램을 정하지 못한 만큼 향후 후속 협의에서 전문가들이 현지에서 확인하려 하는 대상을 일본 측으로부터 얻어내는 게 중요해질 전망이다.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시찰단에 전문가가 파견돼도 이들이 볼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면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다"며 "시찰단이 할 수 있는 게 없이 가면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시찰단에만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