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선제 대응 필요한 코로나 청구서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결정했다. 대출 만기는 최대 3년 늦춰주고 원리금 상환은 최대 1년 미뤄줬다. 금융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2020년 4월 만기 연장·상환 유예 제도를 시행한 이후 6개월 단위로 운영해왔는데, 이를 다섯 번째 연장한 것이다. 모든 금융권은 지금까지 362조4000억원의 대출에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지원했다.

이들 조치를 통해 틀어막았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빚 폭탄이 올해 들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시중은행부터 저축은행, 카드사까지 모든 금융회사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코로나 확산에도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지난 1월 말 전달 대비 0.06%포인트 올라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2월 말엔 0.36%로 1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0년 8월(0.38%)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그중에서도 담보가 없어 은행이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0.64%에 달했다. 작년 동기 대비 0.27%포인트 급등했고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20년 2월 말 연체율(0.43%)도 웃돌았다. 기업대출 연체율(0.39%) 역시 1월 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의 연체율(0.47%)이 전월 대비 0.08%포인트 뛰었다.

연체율 자체로만 보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실제 부실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코로나 이후 지속된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에 따른 ‘착시 효과’로 상당수 부실이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많은 2금융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올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5.1%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5%를 넘어선 것은 2016년(5.8%) 이후 7년 만이다. 작년 말(3.4%)에 비해서도 1.7%포인트 급등했다.

주요 카드사 연체율도 3월 말 일제히 1%를 넘어섰다. 업계 1위 신한카드 연체율이 1.37%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삼성카드(1.1%), 국민카드(1.19%), 하나카드(1.14%), 우리카드(1.35%)의 연체율이 모두 1%를 넘어섰다. 카드 연체율은 서민경제의 부실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꼽힌다. 카드업계는 통상 연체율이 2%에 이르면 위험 수준으로 보는데 상승 추이가 가팔라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금융권에선 지난 3년간 수면 아래에 있던 부실 리스크가 점차 가시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금융 지원 조치가 끝나는 오는 9월 이후 연체율이 치솟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통상 연체율은 신규 대출 후 1~2년의 시차를 두고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전세 사기 주택 경매 유예 조치 등도 향후 금융회사의 연체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금융권은 1년 전의 2.4배에 이르는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건전성 관리에 들어갔지만, 고금리에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코로나 금융 지원까지 끝나면 부실 폭탄이 하나둘 터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부실 규모가 작게는 수십조원에서 크게는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금융권, 기업, 가계 모두 연체율 상승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