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지방 방문…중학교 찾아 교사 기본급 인상 약속
대국민 연설 후 길거리 시위에 등장한 냄비 소지 금지
연금개혁 후폭풍 달래기 나선 마크롱…규탄 시위는 여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여론을 달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교사 월급 인상을 들고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남부 지방에 있는 중학교를 방문해 올해 9월부터 교사 월급을 100∼230유로(약 14만원∼33만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고 BFM 방송,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력과 관계 없이, 또 그 어떤 조건 없이 모든 교사의 기본급을 올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추가 업무를 맡으면 월 최대 500유로(약 73만원)까지 인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학교 안에서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달콤한' 제안을 하는 사이 학교 밖에서는 하원 표결 없이 연금 개혁을 강행한 마크롱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연금 개혁에 가장 거세게 저항하는 강경 좌파 성향의 노동총동맹(CGT)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학교에 공급하는 전기를 끊었고, 그 탓에 간담회는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진행해야 했다.

수백명 규모의 시위대는 학교 인근에 모여 "마크롱 사퇴"를 외치며 호루라기, 부부젤라 등을 불었고 경찰을 향해 계란과 감자를 던지기도 했다.

안전 펜스를 무너뜨리려 했을 때는 경찰이 최루가스를 뿌렸다.

연금개혁 후폭풍 달래기 나선 마크롱…규탄 시위는 여전
경찰은 이날 시위 참가자들에게 휴대용 음향 장비 소지를 금지한 데서 더 나아가 최근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냄비를 갖고 있으면 학교 근처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막았다.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며 항의하는 시위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7일 연금 개혁법을 공포한 이후 처음으로 TV로 대국민 연설을 하고 나서 길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동부 지방을 찾았을 때도 냄비를 두드리는 시위대를 마주했는데 이에 대해 "프랑스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냄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전역에는 냄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투덜거리는 사람들만 있지 않다"며 "이 분노는 표출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나의 방문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 후폭풍 달래기 나선 마크롱…규탄 시위는 여전
마크롱 대통령의 학교 방문을 앞두고 경찰이 학교 인근에서 냄비 소지를 금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에게 비판적인 좌파 야당 정치인들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녹색당 상드린 루소 의원은 "냄비를 금지하면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고, 이안 브로사 프랑스공산당 대변인은 냄비 금지법 도입이 기다려진다며 조롱했다.

프랑스 유명 냄비 제조업체 크리스텔은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대통령님, 크리스텔 프랑스에서는 프랑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냄비를 만듭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수도 파리에서도 철도공사(SNCF) 노조원 수백명이 모여 마크롱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고, 일부는 금융 중심지 라데팡스 소재 유럽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 건물에 들어갔다.

쉬드레일 노조를 이끄는 파비앙 빌디외는 AP 통신에 "연금 개혁을 강행하도록 두지 않겠다"며 "(연금 제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유로넥스트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평균 수명이 길어진 프랑스 사회에서 연금 제도를 흑자로 유지하려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며 법정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늘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러한 개혁에 비판적인 진영에서는 대다수 노동자의 근로 기간을 늘릴 게 아니라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소수의 부자와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연금개혁 후폭풍 달래기 나선 마크롱…규탄 시위는 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