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재정환율이 7일 100엔당 998원45전으로 마감했다. 한때 1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최혁  기자
원·엔 재정환율이 7일 100엔당 998원45전으로 마감했다. 한때 1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최혁 기자
원화 약세와 일본 엔화 강세가 겹치며 원·엔 환율이 7일 한때 100엔당 1000원을 넘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8원45전을 기록했다. 오전 한때 1000원을 넘기도 했다. 전날에도 1003원61전까지 올랐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넘은 건 지난해 3월 25일(1000원21전) 후 약 1년 만이다. 올초(971원93전) 대비로는 30원가량 올랐다.

엔화는 지난달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25개 주요 통화 가치를 보여주는 닛케이통화지수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엔화는 다른 통화 대비 평균 3.2% 올랐다. 25개 주요 통화 중 최대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원화는 0.5% 오르는 데 그쳤고, 달러는 1% 떨어졌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9일 취임하는 것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우에다 신임 총재가 일본은행의 기존 금융완화 정책을 탈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달러당 130엔대인 엔화 가치가 12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의 차이가 환율에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여도 한국 수출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덕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이 고도화된 결과 한국 수출품에서 수입 부품·자재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며 “엔화 강세가 한국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온전히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