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이버 홍위병의 만행
2020년 8월 가수 이효리는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캐릭터 이름(부캐)을 ‘마오’로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가 중국 네티즌의 악플 폭탄을 맞았다. 이효리가 자신들이 국부로 여기는 마오쩌둥을 조롱했다며 퍼부은 수십만 개의 댓글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우리 강아지 이름이 생각났어요. 순신, 세종, 중근 뭐가 듣기 좋아요?”

한국과 미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이듬해인 2017년 3월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관련 국내외 홈페이지와 국내 민간 사이트 수십 곳이 해킹당했다. 판다정보국(PIB), 중국독수리연합, 1937 CN 등 친중국 정부 성향의 해커 그룹들이 ‘*UCK! KOREA’ 같은 욕설로 화면변조(디페이스) 공격을 자행했다.

인터넷을 통해 맹목적 중화주의를 표출하는 중국 젊은 네티즌을 ‘분청(憤靑·분노 청년의 줄임말)’ 또는 ‘소분홍(小粉紅·중국어 샤오펀훙)’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 중국 대륙을 붉게 물들인 문화혁명 시절 홍위병을 연상케 하는 21세기판 ‘사이버 홍위병’ 격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세뇌 수준으로 애국 교육을 받으며 컸다. 미국과 일본을 악마화하고 한국은 미국의 속국으로 치부한 ‘그해, 그 토끼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라는 애니메이션을 외우도록 보고, 학교에선 시진핑 사상을 필수 과목으로 배웠다. 애국이라는 명분 아래 모든 것이 용서되는 ‘애국무죄’가 이들의 행동 기조다.

중국 분청과 소분홍의 가장 만만한 상대인 한국이 또다시 공격받았다. 중국 해커 조직이 우리말학회 등 12개 기관의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대상은 대부분 문화, 학술 관련 단체이며 심지어는 장애인 관련 기관까지 있다. 중국 네티즌은 ‘음력설(Lunar New Year)’을 표기하면서 ‘중국(Chinese)’을 붙이지 않았다고 해서 대영박물관과 월트디즈니를 상대로도 댓글 테러를 가했다.

중국은 중화주의를 고집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불필요한 마찰을 자초하고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짜증 내는 어린아이 같아서 소아병적이기도 하다. 존경은 우러나오는 것이지 강요의 대상이 아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