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초 강남 술집 밀집지역 인근 단속
단속 경찰관 보자 급히 핸들 꺾어 골목으로 도주하기도
"칵테일 딱 2잔 했거든요?…0.042%, 면허정지입니다"
"칵테일 딱 두 잔 마셨어요. 목적지가 바로 옆이라 잠깐 운전한 건데…"

"그래도 술 마시고 운전하시면 안 되죠. 선생님 신분증 주세요."

5일 오후 10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갑자기 방향을 트는 BMW 승용차를 발견한 경찰관이 뒤쫓아가 세웠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관들을 발견하자 주차장 쪽으로 급히 핸들을 꺾은 운전자였다.

운전자와 잠시 옥신각신하던 경찰은 경광봉을 움직이며 멀찍이 떨어져 있던 동료를 향해 "여기, 여기"를 외쳤다.

간이 측정 결과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니 정식으로 음주 측정을 하라는 뜻이다.

차에서 내린 30대 운전자는 물로 입안을 헹군 뒤 음주측정기에 입으로 바람을 '후'하고 길게 불어 넣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42%. 면허 정지 수준이다.

운전자는 "시간이 좀 지나고 한 번 더 할 수 있겠느냐"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1회 측정으로 끝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경찰 6명을 투입해 압구정로데오거리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 근처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였다.

연초인데다 술집이 밀집한 곳인 만큼 평일 밤인데도 차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도로에 일렬로 라바콘(교통통제용 고깔)을 나란히 세우고 경광봉을 휘두르며 운전자들에게 잠시 차량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칵테일 딱 2잔 했거든요?…0.042%, 면허정지입니다"
"음주 단속 나왔습니다. 마스크 내리시고 '후' 해주세요."

이날 밤 경찰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운전자 250여명을 음주 측정해 2명을 적발했다.

음주운전 단속에 투입된 경찰은 "매일 장소를 바꿔가며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데 평상시 하루 4∼5명, 주말에는 그 이상이 적발된다"고 말했다.

한 40대 운전자는 이날 오후 11시께 술을 마신 채 신사파출소 앞에서 레인지로버 차량을 몰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풍선 분다고 생각하고 길게 불어야 합니다. 더더더더더."

경찰은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측정에 성공했다.

술을 마신 운전자는 측정치를 되도록 낮추려고 음주 측정기에 숨을 세게 불어넣지 않아 반복해서 측정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3%로 꽤 높았다. 면허취소가 되는 수치다.

경찰은 "최소 소주를 1병 이상 마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운전자에게 "추후 수사관 연락이 갈 테니 모르는 번호라도 받으라"고 안내하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려는 것인지, 경찰을 본 차량이 갑작스레 다른 길로 내빼는 일도 몇 차례 일어났다.

한 차량은 선릉로를 주행하다 순식간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일방통행 골목길을 역주행했다.

경찰이 숨 가쁘게 달려 뒤쫓아갔지만, 차량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운전자를 추적한다.
"칵테일 딱 2잔 했거든요?…0.042%, 면허정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