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강풍을 동반한 폭설과 한파로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전역을 강타한 북극발(發) 눈 폭풍으로 인해 31만5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이상 한파로 전력 사용이 급증하고 강력한 폭풍에 송전선이 훼손되면서다.

이날 오전 한때는 18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노스캐롤라이나, 메인 등 북동부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지난 21일부터 24일 오후까지 눈길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인해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 차가운 북극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이 휩쓸면서 미 전역이 얼어붙었다. 이날 미국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곳은 중북부 미네소타주에 있는 미니애폴리스(-21℃)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워싱턴DC는 1989년 이래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았다. 뉴욕주 북서부 버팔로에선 70㎝ 이상의 눈이 쌓이고 시속 95㎞가 넘는 강풍이 휘몰아쳤다. CNN은 "뉴욕이 1906년 이후 116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고 전했다.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려던 미국인들은 공항에 발길이 묶였다. 항공 정보 추적 사이트 팔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미 항공기 2700편 이상이 결항됐고, 6400여편의 운항은 지연됐다. 버팔로 나이아가라 국제공항은 26일 오전까지 폐쇄된다.

재난급 폭설에 외출을 삼가라는 안내도 잇따랐다. 버팔로 교구의 주교 마이클 W. 피셔는 "크리스마스이지만 이런 위험한 상황에선 자신을 위험에 빠뜨려선 안 된다"면서 교회에 크리스마스 미사를 생중계할 것을 요청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