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하고 향후 10년간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나이스신용평가와 S&P 글로벌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들 신용평가사는 내년 국내 산업 전반의 업황과 재무 건전성이 올해에 비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증가하고 투자와 투기등급 간 양극화도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하고 있지만 장기 전망은 어두웠다. 루이 커시 S&P 전무는 “내년 미국과 유로존 지역의 성장률은 0%대로 글로벌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미국 연방은행 금리가 5%를 넘어서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외환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본 유출과 경상수지 악화 등도 한국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S&P는 내년 한국의 GDP 증가율을 1.4%로 전망했다. 올해 2.7% 대비 절반으로 낮춘 것이다. S&P는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4.8%로 올해 3.2% 대비 1.6%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미국, 영국 등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커시 전무는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내년에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경제의 추세 성장률은 향후 10년 동안 크게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이스신평은 국내 기업에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로 저성장, 인플레이션, 고금리, 부동산 PF, 고환율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강달러는 수출 경쟁력에 긍정적이지만 수요 위축과 판가 하락, 현지 생산체제 등의 요인을 따져볼 때 국내 기업이 불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나이스신평은 국내 37개 업종을 분석한 결과, 내년 16개(43%) 업종의 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 정유, 자동차, 해상운송, 건설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 업종은 조선과 호텔 2개 업종에 불과했다.

전예진/장현주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