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 오너 개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태광그룹 지주사 격인 태광산업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당장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대주주를 위해 소액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라고 반대하면서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흥국생명은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6월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은 157.8%였는데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라 1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100% 이하로 떨어지면 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흥국생명이 지난달 1일 2017년 발행한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연기를 결정한 데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 이 결정은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해석돼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1주일 만에 정상 상환으로 선회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당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빌린 자금을 상환하고 자본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비상장사인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보유한 회사다. 나머지도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이다.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구조에서 증자하려면 먼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이 전제돼야 한다. 자본 확충의 책임은 주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의 여력이 많지 않다면 흥국생명은 물론 태광산업 등 계열사 보유 주식을 담보로 차입을 해서라도 증자 참여를 선언해야 한다. 동시에 대주주 책임 아래 흥국생명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시해 투자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런 전제 없이는 “태광산업 이사회가 증자 참여를 승인할 경우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는 반발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