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江, 중국을 고립서 탈출…현재 중국, 30년전과 비슷한 위기"
"장쩌민 시대 中 경제성장의 교훈과 경고, 오늘날에도 유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장쩌민(江澤民) 시대 중국 경제 성장의 교훈과 경고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날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추도대회가 열리는 것에 맞춰 장 주석 치하 중국이 직면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며 이룬 성과를 조명하면서 그런 경험이 현재 중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은 "장쩌민은 처음에는 임시방편 지도자로 여겨졌지만 결국 그와 그의 팀은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을 고립에서 탈출시키며 중국 공산당이 동유럽 국가나 소련에 닥친 것과 같은 운명을 피하게 한 것으로 기억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경제적으로 그가 시장 개혁과 국제 무역 규정을 추구한 것은 중국이 결국 미국과 맞먹는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서도록 이끌었고 이는 그의 주요한 유산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장쩌민은 1989년 집권하면서 중국 당국이 그 직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것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경제 개혁의 정체,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요구 등에 직면했다.

천둥치 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SCMP에 "중국은 당시 선택의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1991년 10∼12월 장쩌민이 소집한 11차례 밀실 회의에 참석한 10여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다.

연구원들은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의 붕괴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국가들의 발전에서 얻을 교훈과 중국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도록 지시받았다.

천둥치는 "장쩌민은 친시장 개혁의 주요 사상을 인정했다"며 "장쩌민의 선택은 중국이 통제경제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고 중국이 경쟁력과 경제적 위상을 키우는 굳건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1992년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로 힘을 얻었다.

남순강화는 1992년 1월18일부터 2월21일까지 80대 후반 나이에 공식적으로는 평당원 신분이었던 덩샤오핑이 우창,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 개혁·개방의 전초기지 격인 남부 지방 주요 도시들을 시찰하면서 행한 일련의 발언들을 말한다.

개혁·개방의 설계사인 덩샤오핑은 그때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 지속을 강조했고, 장쩌민은 이를 토대로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공식적으로 추진하도록 이끌었고 G2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장쩌민 시대 中 경제성장의 교훈과 경고, 오늘날에도 유효"
SCMP는 "현재 중국은 30년 전과 비슷한 심각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국내 경제는 2011년부터 성장이 둔화했고 미국과의 무역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경제 성장률은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와중에 중국은 '쌍순환'(수출 주도형 경제 체제를 개선하고 내수를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과 국영 기업의 강화·확대를 향후 발전의 주제로 삼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중국이 더욱 내향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를 이미 자아내고 있고 개혁과 개방을 확대하라는 새로운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쩌민은 1998년 중국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타이타닉'이 상영되도록 했고, 미국 방송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를 했으며, 자국 농구 스타 야오밍이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하도록 하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또 코소보 분쟁이 한창이던 1999년 5월 7일 나토군에 의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 이후 벌어진 반미 시위에 대처하고, 2001년 미국 9·11 테러 후 미국의 테러 대응 노력을 지지하면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장쩌민의 13년 집권 기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배 뛰어올랐고, 2001년 12월 WTO에 가입한 후 20년간 중국의 경제는 12배 커졌다.

반면, 그의 집권기 만연한 부패와 정치 개혁의 부재, 극심한 빈부격차는 비판을 받는다고 베이징사범대 판스타오 교수는 지적했다.

판 교수는 "장쩌민 시대에 실현되지 않은 목표 중 하나는 15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제시된 법치의 실현"이라며 "그것은 지금까지도 획기적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