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확산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가 아이티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에서는 전날 기준 806명의 콜레라 확진 환자와 8625명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의심 환자의 경우 2000명을 밑돌던 3주 전과 비교해 4배 넘게 늘었고, 현재까지 사망자는 169명이라고 범미보건기구는 전했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19세 이하로 파악됐으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연령대는 영유아인 1~4세로 나타났다.

확진·의심 환자는 대부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티 정부는 거리에서 활보하던 갱단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역설적으로 주민들의 이동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앞서 지난주 아이티 군·경은 약 두 달간 갱단 'G9'이 장악했던 포르토프랭스 내 바로(Varreux) 유류 터미널 통제권을 총격전 끝에 확보했다.

진티 필스 아이티 보건부 대변인은 "주유소 문을 닫을 정도로 심화했던 연료난 시기에 많은 사람이 집에 남아 있어서 콜레라 확산이 억제됐을 것"이라면서 "이제 사람들이 더 많이 돌아다닐 텐데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WHO는 1100만명의 아이티 인구 중 약 50만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추산했다.

유엔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이티 내 콜레라 감염 취약계층이 140만명에 이른다"면서 "이들에 대한 적절한 구호를 위해서는 1억4560만 달러(약 1916억원)의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통해 전파되며,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아이티에서는 2010년 네팔에서 파견된 평화유지군에 의해 처음 발병 사례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8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고, 약 1만 명이 사망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