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조 반대' 당론 채택 하나…예산안 협상카드 실종은 딜레마
국민의힘 초선·재선·중진 의원들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예산안 심사에 이어 국정조사 실시를 두고 여야 대치가 더 격화될 전망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회동에는 초선 의원 63명을 대표하는 초선 모임 운영위원 5명이 참석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정조사를 거부한다는 의견을 주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초선 운영위원 중 한명인 전주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오는 수사의 칼끝을 피하려는 ‘물타기 방탄용’이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전날 재선·중진 의원들도 간담회를 열고 국정조사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내 의원들이 잇따라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선 수사, 후 국정조사’ 원칙을 강조했다. 국정조사로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반대 논리다. 한 중진 의원은 “경찰 지휘부 등 이태원 참사 관련한 증인은 이미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등에 다 나왔다”며 “상당수 증인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제대된 답변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하면서 정부의 자료제출이나 증인 출석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정조사 수용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한 만큼 국정조사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통령 공약과 관련한 사업의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는 상황에 국정조사 가능성을 아예 덮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했다. 한 초선의원은 “경찰 수사에 ‘셀프 수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야당 입맛대로 증인 채택을 하는 상황도 당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