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인근 사모스섬에도 유사 사태 발생"
"그리스 레스보스섬 상륙 이주민 수갑 채워지고 구타당해"
튀르키예(터키)발 이주민의 주요 기착지인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이주민 7명이 손에 수갑이 채워지거나 심하게 구타당한 채로 발견됐다고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가 25일(현지시간) 밝혔다.

MSF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 20일 레스보스섬에 상륙한 이주민들을 상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MSF 소속인 테오 디 피아자 조정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레스보스섬에 막 상륙한 이주민들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그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가던 중 비명을 들었다고 했다.

피아자 조정관이 도착했을 때 현장에는 이주민 22명이 있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3명은 매우 팽팽한 플라스틱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4명은 심하게 구타당한 상태였다"며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이송했고, 나머지 사람들에겐 심리적 응급 처치를 했다"고 전했다.

피아자 조정관은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 7∼8명의 낯선 사람들이 자신들이 의사라며 접근한 뒤 이민자들을 때리고 수갑을 채웠다"며 "그들은 우리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도망쳤다"고 덧붙였다.

MSF는 인근의 그리스 사모스섬에서도 유사한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리스 당국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번 폭력 사태는 그리스 우파 정부가 해상 통제를 강화하고, 망명 신청자들을 강제 추방하고 있다는 인권단체의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월에는 그리스 당국이 자국에 온 아프리카 이주민들을 해상으로 밀어내 결국 사망케 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비난이 커지자 지난 7월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 장관은 "우리는 우리 국경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응수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이탈리아 등과 함께 중동·아프리카 이주민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곳이다.

특히 인접한 튀르키예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이 대부분이다.

2015∼2016년 당시 시리아 내전 등을 이유로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자 유럽연합(EU)은 튀르키예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대신 튀르키예는 자국에 난민들을 수용하기로 합의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